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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절'

홍성훈 발행인 | 기사입력 2023/05/02 [19:02]

[발행인 칼럼] '절'

홍성훈 발행인 | 입력 : 2023/05/02 [19:02]

▲ 홍성훈 발행인 

[시대일보=홍성훈 발행인] 지난 주말 절에 다녀왔다. 마침 연휴라 집에서 가까운 석왕사에 들렀다. 연휴 내내 집에서만 박혀 있던 아내와 딸이 가까운 절이라도 가자는 성화에 행사 때나 찾곤 했던 석왕사를 찾아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5월이 석가탄신일이 있는 달 때문인지 길에는 예쁜 전등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모처럼만의 연휴인데다 석가탄신일이 있는 달이라 조금은 혼잡스러울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화창한 날씨와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바람이 설렘을 가져다주는 봄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매서운 추위를 떨쳐내고 찾아온 봄날이다.

 

언젠가부터 샛노란 개나리가 길가에서 봄을 기다리던 사람에게 설렘을 주는가 싶더니 예전 같으면 5월에나 볼 수 있었던 벚꽃은 벌써 사라져 버린다. 벚꽃이 활짝 필 때는 탐스럽고 복스러워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그런데 봄을 아직 보낼 준비를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니 앉아있는 부처님의 편안한 미소를 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여유를 찾는 듯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멋지고 화려한 연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절은 한 2년 전 강화에 있는 선원사를 갔다 오고 절을 찾은 것이 오늘이 처음이다.

 

불자라고 자처할 수도 없는 나는 절하는 순서를 잊어 그냥 부처님의 정면에서 절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법당 안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아내와 아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눈치를 보며 나를 따라했다. 모두 절을 하는 모습은 엉성해 보였으나 모두가 비는 마음은 절실했으리라 생각한다.

 

절은 자기 수행의 기본이라 한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철저히 낮추라는 의미일 것이다. 평소 자신이 잘났다는 마음을 낮추고 교만함을 내려놓는 것이다. 절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게 되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며 매달리게 된다.

 

불자들은 하루 108배를 하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을 할 때는 엎드린 채 고개와 두 손만을 들어 자신의 소원이나 발전을 들어 달라고 빈다. 아내와 아이도 절을 한다. 절은 자기 몸과 마음을 굽혀 낮추는 행위다.

 

가족들은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빌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혹여 나의 처지가 여의치 않아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달라고 빌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은 편치 못하다. 108배라도 하면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절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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