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북한 여자축구단이 스포츠 경기로는 남한에서 경기하러 온 것이 약 8년 만으로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 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출전을 위해서다.
현철윤 단장과 선수 23명 등 총 35명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국내 실향민 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공항에 나와 환영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북한 선수단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 환영의 손을 흔들면 쳐다보기라도 할 텐데 35명 전원이 차가운 얼굴에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것이 훈련된 북한의 표정 관리다.
어쨌든 북한 여자축구단은 결승전에서 승리하여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를 손에 쥐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에 큰 공을 세운 것이었고 그래서 김정은이 직접 이들 선수단을 맞아 박수를 쳤는데 선수들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것이 1인 독재체제에서 훈련된 북한 주민들의 정서다. 우리가 북한과 접촉하는 기회가 있다면 앞에서 보여준 ‘훈련된 표정과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
이제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훈련시키고 있는 의식은 남한이 같은 민족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국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 매체가 그동안 ‘남조선’이라고 부르던 것을 지금은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 남한은 완전히 다른 나라, 적대국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들을 ‘북한’이라고 하는 것에도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이번 수원에서 있었던 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기자회견 때 우리 측 기자가 “북한 여자축구단은~” 하고 말을 꺼내자 현철윤 단장이 자리에서 불끈 일어났다. 그러고는 “우리를 북한이라 부르지 말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부르시오” 하고는 북한이라 부르는 데 항의, 자리를 떴다.
같은 민족을 다른 민족, 적대 국가라고 부르니 얼마나 딱한 이야기인가.
북한의 대남전략이 이처럼 급속도로 냉각된 것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가 하면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을 비난하며 핵 무력 증강 노선을 강조했는데,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대상으로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레오 교황의 방북 문제가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도 방북 문제가 긍정적으로 거론되었으나 실현되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지난 6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로마 교황청으로 레오 교황을 방문하면서 또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레오 교황은 이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내년에 세계가톨릭청년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여기에 교황이 참여하는 만큼 북한을 방문할 호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등 대외기조가 경직되고 있는 추세여서 교황 초청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홍식 추기경이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북한에 달린 일”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교황의 북한 방문이 남북 단절과 핵 개발로 경직된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초청장에 사인을 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는데 그렇게 말한 심정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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