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김성곤 기자]사람은 살아가며 자신의 몸을 믿고 산다. 건강할 때는 두 발로 걷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잘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스로 밥을 먹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삶은 때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지난 4월 17일 저녁 6시 무렵, 필자는 처절하게 몸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 아내와 함께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허리와 하반신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극심한 통증은 정신마저 흔들어 놓았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안과 공포 속에서 긴 밤이 이어졌다.
그리고 새벽 1시 58분. 의료진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수술에 들어갔다. 그 시간은 단순한 시계의 숫자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붙드는 시간이었다. 이후 이어진 입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숱한 통증과 잠 못 이루는 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의 답답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마미증후군이라는 낯선 병명 아래 허리와 하반신 치료가 이어졌고, 당뇨와 소변·대변 문제까지 함께 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말이다.
하지만 시간(時間)은 참 묘하다. 아무리 깊은 어둠도 조금씩은 지나간다. 몸은 서서히 회복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통증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준 것은 의료진들의 모습이었다. 양기윤 교수님과 박상원 의사님, 그리고 145동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불안과 절망 속에 있는 환자에게 희망을 건네는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그토록 힘든 업무를 감당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밤낮없이 이어지는 긴장 속에서도 환자의 작은 불편 하나 지나치지 않으려는 태도, 반복되는 질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 그리고 “괜찮습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어떤 약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오래전 드라마 <굿 닥터>를 보며 막연히 생각했던 “좋은 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좋은 의사란 단순히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환자의 아픔을 사람의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생명을 대할 때 끝까지 책임감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번 입원 생활 속에서 필자는 그 모습을 실제로 보았다.
충남대학교병원의 오랜 역사와 시스템은 결코 이름만의 전통이 아니었다. 응급실과 병동, 수술실과 회진 과정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속에서 왜 많은 시민이 충남대병원을 신뢰(信賴)하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때때로 의료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보면 알게 된다. 누군가의 밤샘과 책임감,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약해진다. 강했던 사람도 병상에 눕게 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은 차가운 기술만이 아니다. 사람의 온기가 담긴 말 한마디와 손길이다.
이제 한 달 남짓한 입원 생활을 마치고 이번 주 금요일 퇴원을 앞두고 있다. 돌아보면 이번 시간은 단순한 치료의 과정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건강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어떤 약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삶은 결국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과 배려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절망의 문턱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붙들어 주었던 충남대학교병원 의료진들의 따뜻한 손길을.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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