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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탄핵 승복과 진돗개 정신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4/07 [10:55]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탄핵 승복과 진돗개 정신

시대일보 | 입력 : 2025/04/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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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1991년 팔려 간 진돗개가 저를 키워준 옛 주인집을 찾아 길을 떠났다. 무려 300km, 그 먼 길을 7개월에 걸쳐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옛 주인집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쳐서 진돗개는 살이 다 빠지고 아사 직전이었다. 이 실화는 세상에 알려져 큰 감동을 주었고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이처럼 진돗개는 귀소본능이 강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유별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견이다. 그래서 정부는 원산지 진도에 있는 순종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일찍이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진돗개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개와 싸움을 하면 끝까지 싸운다는 것이다. 승복을 하지 않는 것. 가령 다른 개들은 상대와 싸우다 물리게 되면 꼬리를 내리고 주저앉거나 슬슬 피한다.

 

하지만 진돗개는 피를 흘려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되면 또 덤벼 끝장을 본다는 것.

 

그래서 진돗개의 불패 정신을 한국인의 기질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어려운 고난의 역사도 굽히지 않고 헤쳐왔으며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세계 10위 경제 강국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쳐 경쟁에서 패했을 경우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 단점도 있다는 이야기다.

 

흔히 개인끼리 싸움을 하다가 서로 화해를 하지만, 끝까지 화해의 마음을 갖는 사람도 있고, 언젠가 다시 그 불씨가 살아나 싸우거나 손해를 끼치게 하는 일도 많다.

 

경쟁 기업체 간에도 겉으로는 화해하고 뒤로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가 하면,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충돌 후 악수를 하고 헤어졌어도 흔히 다시 갈등을 이어가는 게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정치권에서는 더 말할 것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국회 소추 111일 만에 드디어 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 인용으로 막을 내렸다. 그것도 8대 0 전원 일치 – 그러면 이제 모든 갈등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정국은 안정될 것인가? 그렇게 승복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헌법재판소 선고에 대한 ‘승복’이다. 선고 전부터 여·야는 승복 문제로 뜨거운 공방을 벌였었다.

 

헌정회 등 정치 원로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승복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지만,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것이었고, 이 대표 측은 승복은 가해자인 윤 전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했을 때 발생할 유혈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고 했다. 사실상 승복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었다.

 

헌법재판관을 향해 이완용에 비유하거나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이 되지 말라는 겁박의 발언도 민주당 중진의 입에서 나왔다.

 

심지어 국회를 포위하겠다거나 4·3 제주 사건, 4·19, 내전… 등, 섬찍한 발언들도 무책임하게 쏟아졌다.

 

이런 승복과는 거리가 먼 위협적 분위기 속에 헌법재판관들도 인간인지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국민을 분열시킬 대로 분열시켰던 지루한 싸움은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4·4 헌법재판소 선고에 모두가 승복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은 환영으로 들떠있고, 국민의 힘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여당으로서 큰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를 했다. 우려했던 거리의 찬반 시민 충돌도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승복의 분위기가 오늘처럼 계속될 것인가? 일부 전문가들과 외국 언론에서는 오히려 탄핵의 후유증이 한국 정치의 불안 요소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산불을 애써 진화해도 밑에 숨어있던 불씨가 바람에 되살아나 산을 태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바람은 무엇인가?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발언이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들은 제발 발언에 자제를 해야 한다. 입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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