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정쟁으로 얼룩져 민생이 파탄 난 지난해에 이어 올 한 해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지만, 국운 쇠락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아울러 검경과 공수처,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 중요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와 내란죄 수사의 향방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줄줄이 재판도 예정되어 있는 터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른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민생을 팽개치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과 내수경기 침체, 수출 부진 등이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와 맞물려 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처했다. 이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헌재를 비롯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이 필수다. 여기에는 사법당국의 정략적, 정무적 판단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법리적 해석에 따른 엄정함만이 작용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도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무정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는 헌재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 대한 신속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지난 12월 27일 가결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무총리에 적용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라는 탄핵소추 정족수를 임의로 적용해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 의사를 정리할 권한이 있다”며 192표로 탄핵소추 가결을 선포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기준인 재적의원 3분 2(200명) 이상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도 한 대행 탄핵소추의 효력을 먼저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그런데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은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대통령)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국회의원 200명 이상(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시 필요한 정족수로 탄핵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국회의 이번 한 권한대행 탄핵 의결 자체(192명 찬성)가 원천 무효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치권이나 헌법학계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정족수에 대해선 헌법과 법률에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과 법률이 예측하지 못했던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법조계나 학계 모두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 탄핵 정족수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백가쟁명식 의견만 분분한 상태다. 다른 무엇보다도 헌재의 신속한 심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덕수 대행 후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공언했다. 헌재가 한덕수 대행 탄핵 정족수 사건을 하루빨리 결정하지 않는다면 최상목 대행 체제에서 이뤄지는 행정행위의 정당성, 그리고 민주당이 예고한 ‘연쇄 탄핵’의 합법·위법성 문제가 불안정한 상태로 계속 남게 된다. 이처럼 국정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불확실한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따박따박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행정부를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 위기상황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헌재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 의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그 어떤 사안보다도 신속하게 심의·결정해야 하는 것만이 행정부 마비를 막을 수 있다.
대통령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탄핵을 놓고 지금 여야는 '막장 정치'를 펼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치르고 싶은 민주당의 계산과 탄핵 심판을 늦추려는 국민의힘의 힘겨루기는 정치적으로 풀기엔 역부족이다. 헌재가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신청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행정과 국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는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적으로 한덕수 대행 탄핵 정족수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무정부 상태인 대한민국을 나락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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