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방탄’에 위협받는 사법정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0/06 [12:46]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방탄’에 위협받는 사법정의

시대일보 | 입력 : 2024/10/06 [12:46]
본문이미지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축구협회 1년 예산은 1,800억 원. 체육 단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이 협회에 12억 원, 그러니까 2% 미만을 기여하는데, 이는 다른 단체의 회장들이 10~20%를 기여하는 것과는 크게 모자라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3선 장기집권을 했고 4선에 도전할 태세다.

 

문제는 이렇듯 장기집권 속에서 정 회장이 축구인들로부터 점차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임명.

 

연봉 20억 원이나 되는 감독을 임명하면서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은 공정한 절차와 심사로 선발됐다고 주장하는데,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는 물론 많은 축구인들, 특히 문화공보부 감사에서도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 5일 있었던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예선전이 열리는 동안 우리 응원단은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야유를 보내는 등 민망한 장면이 벌어졌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회까지 했지만,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은 공정한 선발을 되풀이 주장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공정이 생명인 스포츠만 이런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문화, 심지어 종교에까지 공정에 대한 갈등으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취임사를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부터 그 모든 것이 시비의 대상이 되고, 공정을 가장 큰 무기로 대통령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마저 그 공정의 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음은 아이러니하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절차 전개 과정을 보면서 사법의 정의와 공정에 많은 위기를 느끼게 한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국회의원이 됐는데 20대부터 민주당이 추진하다 논란이 커서 보류됐던 ‘법 왜곡죄’라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검사가 수사나 공소 등을 할 때 법률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그 검사를 처벌한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이것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

 

하필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이 구형되자 이미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해온 검사들을 탄핵하거나,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이 ‘법 왜곡죄’까지 추진하는 것에 ‘이재명 방탄’이 지나쳐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법원 행정처가 이 법에 신중해 줄 것을 요청했을까? 사기꾼 등 많은 사건 당사자들이 처벌을 받고 검사가 법을 왜곡했다며 소를 제기할 경우 감당할 방법이 없고, 따라서 검사는 수사를 포기하거나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와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법의 적용이 왜곡됐는지, 증거가 잘못됐는지는 사법부인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 국회가 판단할 일이 아니고 그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도 이런 법은 없고, 영국, 프랑스, 일본에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자칫 세계에서 한국이 이 법을 만든다면 ‘K-팝’처럼, ‘K-법’이라 조롱을 받을지 모른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까지 압박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나 안타깝다.

 

지난주 대북 불법 송금 혐의로 9년 6개월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국회 법사위에 불러 세우고, 국회를 자신의 변론장으로 만드는, 그래서 국회가 법원 역할까지 한 것도 큰 오점이다.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며 충성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사법의 정의를 손상시키면서까지 ‘방탄’에 폭주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