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지난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목적으로 경쟁 후보에게 2억 원을 건네 후보 매수죄로 징역을 산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한다는 소식이다. 곽 전 교육감은 다음 달 16일 치러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29일 해직교사 부정채용 혐의에 대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물러난 자리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에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전과자가 나선 것인데, 곽 전 교육감은 반납해야 할 선거 비용 35억 원 중 30억 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후보 매수라는 악성 범죄를 저지르고 거액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장본인이 또 공직자가 되겠다는 것인데, 곽 전 교육감이 실형을 받은 상대 후보 매수는 선거법 위반 중 최악의 범죄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더욱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선거 보전금 30억 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출마라니 몰염치하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목적으로 경쟁 후보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고 이후 1·2심을 거쳐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10개월가량 복역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제 양심의 법정에서는 당당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해줬다지만, 여전히 판결을 부정하며 반성하지 않는 그가 서울시의 교육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5일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이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삼중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조희연 낙마시킨 정치검찰 탄핵, '더 큰 탄핵' 등 세 가지 탄핵 과제를 갖고 나왔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의 내용을 보면 교육감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 분간할 수 없는 선동에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조희연 전 교육감 낙마는 문재인 정부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 '정치검찰' 탓을 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이런 인물이 당선된다면 교육 현장이 '탄핵'이니 '심판'이니 하며 정치 선동에 오염될 게 뻔하다.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 유·초·중·고교생 83만 명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다. 아이들의 윤리적인 거울이 된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곽 전 교육감은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출마를 접는 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곽 전 교육감의 출마 선언은 그 한 사람을 넘어 교육감 선출 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교육감 선출 제도가 2006년 직선제로 전환한 이후 조 전 교육감까지 4명의 서울시 교육감이 모두 선거와 관련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중 3명은 이로 인해 중도에 하차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역대 교육감 중에서도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비리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배경에는 거액의 선거 비용이 깔려 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의 공천과 지원을 배제하고 있어 후보 각 개인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 기간에 당선 후 모종의 보상을 조건으로 불법·부정한 금전 거래가 일어나기 쉽다.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아 ‘깜깜이 선거’가 되기에 십상이라는 문제도 있다.
직선제 도입 후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늘 '깜깜이'였다. 후보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탓에 자질과 정책보다 보수·진보 진영 논리가 득세했다. 그러다 보니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정치 공학이 당락을 좌우했다. 곽 전 교육감의 후보 매수도 진보 진영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구태였다. 이번에도 진보 진영은 곽 전 교육감을 비롯한 후보 10여 명이 일찌감치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곽 전 교육감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지만, 교육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우선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놓고 교사·학생들에게 민주주의 교육을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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