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나는 ‘독도’입니다.
내가 있는 곳은 ‘동해 바다’ ― 지난번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고시엔 고교 야구대회에서 우리 교토 국제고 야구선수들이 결승에서 승리하여 불렀던 교가에 나오는 ‘동해 바다’입니다.
일본은 죽어도 동해 바다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있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데 NHK 일본 국영 방송이 그 ‘일본해’를 ‘동해 바다’로 부르는 교가를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했으니 규모도 작은 우리 교포 학교 학생들이 엄청난 일을 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우리 KBS가 일본어 교가를 전국에 생중계했다면 ‘친일파 물러가라’라며 방송국 마당에 시위대가 난리를 냈을 겁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점잖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 이름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고 ‘동해 바다’를 ‘일본해’라 고집하며 국제적 홍보를 하는 데 연간 85억 원이나 쓰고 있습니다.
구글 국제 해도(海圖)에는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라 하여 처음 나를 발견했다는 프랑스인 리앙쿠르의 이름을 표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강력히 항의하였죠.
그래서 리앙쿠르를 ‘독도’로 바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국내판만 ‘독도’지 국제판은 여전히 리앙쿠르라고 표기돼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은 일본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2021년 일본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홈페이지에 나를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자기네 영토라고 하여 우리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들은 기회 있는 대로 국제적 매체를 이용하여 ‘일본해’와 ‘다케시마’ 홍보 작전을 은밀히 벌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일본의 전략이 서울시가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에 설치됐던 독도 모형물의 리모델링을 위해 철거한 것을 가지고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기는 것’, ‘독도 지우기’ 등 친일 몰이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 야당의 ‘친일 괴담’은 너무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나, ‘독도’를 아무리 보수 정부라 해도 일본에 팔거나 지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때마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1년이 돼도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자 여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저항했던 야당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하철 독도 모형물 철거’를 들고나온 것은 아닙니까?
심지어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정부 여당이 임시 공휴일로 하는 것을 검토하자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연계시키는 데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상식 있는 국민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이런 친일 괴담 말고도 친일을 옹호하면 공직을 못 맡게 하는 등의 ‘반일 입법’을 추진하는 야당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위헌 소리도 많지만, 어디까지가 친일이고 어디까지가 반일인지 그 애매한 논쟁거리 법을 만들면 애국자가 되는 겁니까?
우리 정치인들 걸핏하면 반일 몰이로 재미를 보려고 합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리고 나, ‘독도’를 들고나옵니다. 독도에 와서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찍고 홍보를 합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애국심으로 나, ‘독도’를 방문한다면 대환영입니다. 그러나 보여주기 방문이라면 삼가주십시오. 직업적으로 반일 몰이를 하는 사람도 사양합니다. ‘친일 괴담’의 소재가 되는 것도 싫습니다.
누가 뭐래도, 일본이 어떻게 해도 나는 대한민국의 영토, 동해 바다에 있는 ‘독도’입니다. 천지개벽이 돼도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외롭지도 않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독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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