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역대 참모총장과 건국 인사들은 모두 친일파였다”
이것은 2020년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거침없이 쏟아낸 당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였다.
참석자들 모두 술렁였다. 여·야 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했지만, 이와 같은 광복회장의 날 선 발언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건 성스러운 광복절 식장은 떠날 수 없었던 것.
김원웅 광복회장은 다음 해 광복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보수정권은 전부 친일이고 보수 세력은 조선총독부의 법통을 이은 친일파라고 외쳤다.
그래도 여야는 자리를 뜨거나 따로 기념식을 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정치 인생을 반일 친북으로 끝냈지만, 정치의 시장은 공화당과 전두환 정권 등 보수 정당 당직자에서 출발했다. 국회의원 3선을 거치는 동안 노무현 대통령 때 비공개 특사로 북한을 다녀오는 등 반미 반일 활동을 해오다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9년 광복회장에 선출됐다.
광복회장은 엄연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김원웅 회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하기도 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찬양하는 등 편향된 정치 행보를 취했다.
심지어 자기 어머니를 독립열사로 추진하려다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비위 혐의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2022년 2월 전격 사퇴했고 그해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은 79년 광복절 행사 중 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으로 두 쪽으로 갈라져 행사를 치르는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뜬금없는 ‘건국절 논란’ ‘뉴라이트’ 논쟁이 불을 질렀다.
독립기념관장으로 취임한 김형석 씨가 ‘뉴라이트’라는 것이며 그가 관장이 되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꿀 음모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이종찬 회장의 광복절 보이콧 이유다.
그러나 김형석 신임 관장이 이와 같은 사실을 정면 부정하고 있고 정부 역시 건국절 추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김형석 관장의 논문이나 저서, 그 어디에서도 이런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종찬 광복회장이 독립기념관장 공채 때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탈락된 것에 대한 ‘몽니’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종찬 회장이 추천한 사람은 과거 형사 문제를 비롯 면접에서 하위점수를 받고 탈락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종찬 회장은 시험 과정이 공정했는지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것이고, 김형석 관장도 음모설에 억울함을 풀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걸핏하면 고소 고발전으로 가듯 신성한 독립기념관장 문제 역시 사법기관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지하에 계신 독립열사들이 통곡할 일이다.
사실 이종찬 회장도 야권에서 ‘친일 정권’이라고 주장하는 전두환 정권에서 국회 원내 총무 등 핵심적 역할을 했었다.
그런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과 친구 사이이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처지에 독립기념관장 공채 때 개인적 추천을 하는가 하면, ‘건국절 음모설’과 ‘뉴라이트’를 내세워 광복절 참석을 보이콧하며 별도의 행사를 개최한 것은 국가 원로답지 않은 처신이 아닌가.
전임 김원웅 광복회장 때는 그의 극렬한 보수정권 비판에도 보수 진영은 물론 모든 정파가 따로 대회를 열지 않고 기념식에 참석하여 독립의 뜨거운 감격을 함께 나누었다.
이념적 문제는 별도로 다툴 문제이지 국가 최대의 기념일인 광복절은 참석했어야 했다. 79년 광복 역사상 처음으로 둘로 쪼개진 행사를 갖게 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누가 우리를 이렇게 부끄럽게 했는가?
역사 앞에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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