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한국에 진출한 한 외국 기업이 개업식을 가졌다.
외국인 사장은 한국 전통대로 고사를 지내겠다는 노조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노조는 시루떡과 삶은 돼지머리와 막걸리를 놓고 참석자들로 하여금 절을 하게 했다.
참석자들은 현금 또는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돼지 입에 물리고 절을 했다. 물론 막걸리도 올리고… 외국인 사장은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구경했다.
행사가 끝나자 노조 측이 그곳에 놓인 돈을 가져가려고 했다. 외국인 사장은 정색을 하며 그 돈을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말렸다. 노조 측이 이것은 한국 고유의 정서라며 항의했으나 외국인 사장은 그 돈은 당연히 회사 수입이며 공금이라는 이유로 노조 측과 대립했다.
서구식 자본주의와 한국적 기업 정서가 충돌하는 한 단면이다.
소위 ‘노란봉투법’만 해도 그렇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파업 중 발생한 회사 기물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에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 법대로 하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심지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직원이 사고를 당하면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대표 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표를 맡지 않으면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에 대한 개념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되어 있어 그 해석을 둘러싸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노조의 강성 분위기도 외국인 투자기업들에는 불안하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 2,000만 원인데도 총파업의 깃발을 내걸었다. 그것도 미국, 대만, 중국, 일본이 반도체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기업인에게도 많은 부담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이런 법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방어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인들에 대한 일자리를 만들어준 나라는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미국 내 새로 생긴 일자리 28만 7천여 개 중 14%를 한국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왕성했다는 뜻이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는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환경 좋은 곳을 떠나는 이들 기업으로 우리는 해마다 4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부터 장사는 10원의 이익을 위해 100리를 뛴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기업인들이 수익을 높이고 기업하기도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기업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 기업에 딸린 기술자도 떠나간다. 기업에 속하지 않더라도 유능한 석·박사, 전문가들도 일하기 좋은 나라로 떠나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다.
기업도 나가고, 우수한 두뇌들마저 빠져나가는 이 기막힌 현실을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기업정신이 아니라 표 얻기에만 관심이 있어 모든 정책이 포퓰리즘으로만 흐른다. 정말 나라의 사업자산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여의도 국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특검’ ‘청문회’ ‘탄핵’ 같은 것일 뿐, 산업공동화에 대한 청문회 같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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