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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장판으로 얼룩져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7/15 [09:00]

[사설] 난장판으로 얼룩져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대일보 | 입력 : 2024/07/15 [09:00]

[시대일보​]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갈수록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난투극으로 흐르고 있다.

 

원 후보는 11일 한 후보를 겨냥해 “사천(私薦)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면서 “거짓말부터 배운 초보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 후보도 “마치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 정치”라고 역공을 가했다. 원 후보가 “운동권에서 전향한 좌파들과 (당 접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에 한 후보는 “색깔론을 들이대느냐”며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고 맞받았다.

 

앞서 ‘총선 고의 패배’ 주장을 펼쳤던 원 후보는 이날도 비례 사천 의혹, 댓글팀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실이면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한 후보도 31년 전 원 후보의 치부를 빗대 “노상 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마타도어”라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보다도 못하다”고 맞섰다.

 

둘 사이엔 “전향한 좌파들과 (당 접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거냐”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 등 색깔론 공방도 오갔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 주변에 좌파 출신이 많다”고 가세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통령 탄핵의 밑밥을 깔아주고 있다”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며 한, 원 후보를 싸잡아 겨냥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잇따른 경고도 먹히질 않는다. 대구 합동연설회에선 ‘배신자’ ‘박근혜 탄핵’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경제·민생과 미래를 위한 비전 경쟁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고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감정 섞인 설전만 난무하니 당 안팎에서 ‘자폭 전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밤 TV 토론에서 두 후보가 공정 경쟁 의무를 규정한 당규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2일 한·원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담은 제재 공문을 발송했다.

 

이러다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감정의 앙금이 봉합되기 힘들 것이고 ‘심리적 분당’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8석에 불과한 소수 여당이 한 지붕 두 가족의 처지로 전락한다면 국정 운영의 한 축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겠는가.

 

거대 야당은 입법폭주에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연일 국정을 뒤흔드는데 집권 여당은 집안싸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니 정국 불안으로 인한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권 여당도, 거대 야당도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치로 국민을 실망케 하고 있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경제, 사회 혼란은 국가의 불안 요소다. 선거 참패로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는 마당에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전당대회는 선거 참패를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린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보수 혁신과 재건을 위한 뼈를 깎는 반성과 다짐 대신, 난장판 전당대회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자멸뿐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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