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검사 탄핵’의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국회를 겁박하는 것은 내란 시도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표직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이 전 대표는 “검찰이 권력 자체가 돼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까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바로 탄핵”이라면서 “위임받은 권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임명된 검사들이 자신의 부정·불법 행위를 스스로 밝히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회를 겁박하는 것은 내란 시도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사 탄핵소추 논란을 의식한 듯 “검사 탄핵소추를 가지고 말이 많은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검사만큼 많은 권력을 가진 공직자는 없다. 일제시대 독립군을 때려잡기 위해 검사들에게 온갖 재량 권한을 부여했는데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명에 대해 ‘수사권을 불법으로 행사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했는데,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보다 앞서 탄핵 소추한 검사 3명을 포함해 7명째다. 이쯤 되면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탄핵 대상이 된 검사는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와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이다.
민주당은 강 검사에 대해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법 압수수색을 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등의 내용을 탄핵 사유로 제시됐다. 박 검사에 대해선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 회유 의혹 등이 있다"고 설명했고, 엄 검사에 대해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과정에서 위증 교사 의혹 등이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김 검사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와 뒷거래했다는 의혹과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민주당 '검사범죄 대응 TF' 소속 김용민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검찰 조직은 기소권과 공소권을 양손에 쥔 채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대한민국이 어렵게 꽃피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국회는 부패 검사, 정치검사를 단죄하기 위해서 국회 권한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4명 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대북송금, 백현동, 성남FC, 대선개입 여론조사 등 수사에 관계된 검사들이란 점에서 ‘방탄 정치’ ‘입법 쿠데타’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앞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보복 기소 의혹을 이유로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지난해 9월 본회의 가결을 주도했었는데,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소추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민주당은 작년 12월에는 각각 '고발 사주' 의혹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사유로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했었는데 두 검사에 대한 탄핵안은 현재 헌재에서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기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무차별적인 검사 탄핵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는 있는 당사자는 이 전 대표라는 점에서도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실무자들을 상대로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자신들을 수사하면 어떤 구실로도 탄핵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신들에 대한 수사 등을 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겁박하는 것”이라는 검찰 내부의 비난이 오히려 타당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전 대표의 말처럼 검찰이 입법부를 겁박하는 것인지, 검찰의 주장처럼 수사 검사를 입법부가 겁박하는 것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사 탄핵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검사와 판사를 겁박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점을 그들만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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