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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 재갈 물리겠다는 민주당, 입법 폭주 멈춰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07 [09:00]

[사설] 언론 재갈 물리겠다는 민주당, 입법 폭주 멈춰야

시대일보 | 입력 : 2024/06/07 [09:00]

[시대일보]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3년 전 강행 처리하려다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당시에도 국내 언론계뿐만 아니라 유엔, 국제언론인협회 등 국제사회에서까지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 법안’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던 법안이었는데 이번에 재탕해 또 내놓은 것이다.

 

유사 언론이 확산시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급증하고 있는 점은 공감한다. 또한, 언론도 결코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익적 가치를 갖는 언론 보도와 처벌이 필요한 악의적 허위 조작 정보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 권력에 한 감시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허위 보도 프레임을 씌워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의아스럽다.

 

3년 전 언론 징벌법에 가장 주도적으로 나선 이는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받던 이상직 전 의원이었다. 이번에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일부 민주당 의원의 면면은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양문석 의원은 2021년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과정의 대학생 딸 명의 불법 대출 의혹이 선거 도중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양문석 의원은 새마을금고에서 11억 원 편법 대출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동아 의원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소송을 건 상태다.

 

이번에 국회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정정·반론 보도는 원 보도와 같은 지면·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했다. 정정 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도 보도 ‘6개월 이내’에서 ‘2년 이내’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개정안은 언론이 피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기존 독소 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존재 등 복수의 피해 구제책이 있는 우리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 과잉 규제로 2021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조항이기도 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이 개정안의 추진을 꼽기도 했다. 특히 개정안엔 언론이 반론 보도를 수용할 경우 원 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해야 한다는 황당한 조항까지 담겼다.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의 발뺌용 거짓말이라도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라는 것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비리 정치인이 될 것이 아닌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소송은 사실상 '협박 소송'으로 개정안은 필연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 감시와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등 4개 언론 현업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진보 보수를 막론한 대다수 비판 보도가 징벌 배상 제도를 활용한 봉쇄 소송에 짓눌릴 것”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세계신문협회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키고,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경고했겠는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는 안 보인다. 민주당은 정치 권력의 견제받지 않는 폭정에 길을 열어줄 입법 폭주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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