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1882년 임오군란으로 다시 권좌에 오르게 된 대원군은 “이제 내 세상이다” 하고 안심하고 있는데 뜻밖의 사태에 직면했다.
서울에 주둔하고 있던 원세개의 청나라 군대에 잡혀간 것.
청나라는 대원군이 자기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대원군을 납치한 것이다. 그래서 대원군은 강제로 중국 톈진에 3년이나 억류돼야 했고 그 덕분에 고종은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빼앗게 되었다. 남의 나라 임금의 아버지를 납치하여 구금하다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횡포가 벌어졌는데도 국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가 없었다.
물론 고종이 아버지 대원군을 그렇게 해달라고 청에 요청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종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하자 청나라는 억류하고 있던 대원군을 돌려보냈다. 고종을 견제하여 러시아와 관계를 끊어버리기 위한 것이다.
이렇듯 청나라는 조선을 장기판처럼 마음대로 요리하였다. 조선을 자기네 속국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일 전쟁에서 청이 패한 뒤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청·일 강화조약을 체결했을 때도 일본에 대하여 ‘조선은 우리 속국’이라고 끝까지 우겼지만,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조선 시대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인식하는 나쁜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하긴 우리 자신도 그렇게 중국을 대국(大國)이라 하여 깊은 사대주의에 젖어 있었다. 지금 서울의 독립문은 원래 영은문이라고 했는데 은혜로운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우리 임금이 그곳에 영접을 나가야 했다. 그야말로 굴종이다.
이런 중국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7년 ‘중국은 큰 산봉우리이고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칭송했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으로서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여덟 끼 혼밥을 하는 대우를 받아 논란이 됐었다.
그들이 한국을 속국으로 생각하던 DNA가 아직도 상존해 있음은 그들의 용어 사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 4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했었는데 이때 시 주석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했다는 것.
주권 국가로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이었을까?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 문제 해결에 반대한다”라고 했는데 중국이 발끈했다. 중국 정부는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용어를 써가며 윤 대통령을 비난했는데 이것은 ‘말참견 말라’라는 것이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훈시할 때 ‘입 닥치고 있어라’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지난해 6월 주한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한미 동맹 외교와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가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때 15분에 걸친 중국 대사의 외교적 의례를 벗어난 발언에 대하여 이재명 대표가 공손히 듣고만 있었다 하여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대표가 ‘셰셰(감사하다)’발언이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중국에 셰셰, 대만에 셰셰하면 되지 왜 중국에 집적거리느냐’라고 한 발언을 중국은 자기 입맛에 맞도록 가공을 하여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 언론 매체가 대서특필하면서 이 대표의 ‘집적거린다’를 중국어로 ‘자오러’라고 의역했는데 이것은 약자가 강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때 쓰는 말.
그러면서 중국 매체들은 이 대표를 ‘사리에 밝다’라는 등 칭찬을 하고 있다. 그 속내는 은근히 한국 총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것들이 한국에 대한 과거 ‘속국’ 인식 DNA를 표출하는 것이라면 양국 우호 관계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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