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해왔다는 감사원의 중간감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현재로서는 의혹에 불과하지만, 외압이 사실이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의 강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6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원에 주 1회 실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중간 집계값을 만들어 가져오게 했다. 이 조사는 전국의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미리 표본으로 선정해놓은 아파트들을 현장 조사해 7일 전에 비해 가격이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장 실장 요구에 따라 조사원들은 주 1회 하던 조사를 주 2회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주 조사 시점으로부터 3일 지난 상태에서 아파트 가격 등락을 먼저 확인해 보고해야 했기 때문으로 사실상 중간 집계를 보고받았다는 의미다. 통계법상 중간 집계는 불법이다.
통계법상 ‘작성 중’인 통계는 새로운 통계를 설계하거나 기존 통계를 개편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서만 미리 받아볼 수 있으며 이 경우가 아니면 작성 중인 통계를 받아보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국토부는 ‘중간 집계’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최종 집계된 상승률이 높으면 ‘가격이 올라간 이유를 대라’고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계 조작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통계를 미리 받아본 것에 대해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런 반박이야말로 ‘작성 전’ 통계를 받아보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고강도의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당시 청와대는 제21대 총선 두 달 전인 2월 하순부터 국토부에 수도권(경기·인천) 집값 변동률의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집값 통계 조작이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변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굳이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중간 집계를 보고받고 최종 집계 결과 상승률이 높으면 압박하는 방식으로 통계 조작을 지시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을 비롯한 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임기 초인 2017년부터 통계청에 소득·고용 관련 통계를 비롯한 각종 통계 조사 대상 각각의 개인 정보 등이 담긴 원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통계법상 자료 제공은 이미 작성·공표된 통계에 한해 기록을 남기는 등의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거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청와대의 요구 역시 합법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결국, 광범위한 통계 조작을 통해 국민을 속인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국민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길래 통계 조작을 통해 여론을 호도했다는 말인가. 각종 지표가 안정되고 있다는 통계를 흘려 그들이 얻으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마땅히 책임을 묻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이다. 이를 두고 전 정권에 대한 보복으로 몰아가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이번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 드러난 모든 의혹은 차제에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전 정권에 대한 보복감사라고 선동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라 통계 조작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도록 공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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