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쯤이야! 뭐 그리 대단한거라고… 도덕 불감증?
`부자 내각 우려된다'
한자리의 최고 끝수는 아홉이다. 그러나 두 자리의 끝수는 아흔 아홉이다. 출발 지점이 어디인가에 따라 눈높이는 다르다. 이를테면 신혼을 월세로 시작한 사람의 꿈은 전세로 옮기는 것이며 전세는 내 집 마련이 소원일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갖는다’ 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이며 민주주의는 이를 용납한다. 오히려 없는 게 부끄러움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황금만능주의가 민주주의의 바탕인 셈이다. 그러기에 수단과 방법의 초점이 富에 맞춰져 어릴 적부터 경쟁하는 법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공부도 친구를 사귐도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하는 것보다는 이해관계를 따짐이 우선이 된 시대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능력위주의 장관인선이 국회 청문회를 거치면서 여야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부분 도덕 불감증이다. 그 중 재산형성과정이 집중성토의 대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재산신고가 수십억이상이고 140억을 넘는 인사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벌어 재산을 늘린 것인데 웬 참견이냐 나는 부정하지 않다고 한사코 강변하고 있지만 형성과정이 불투명한 부분에 대해선 답변이 명쾌하지 못하다. 골프 회원권을 8개씩이나 소유하고도 한사코 무슨 변명을 늘어 논단 말인가. 국민들 눈에는 기가 막힐 일이다. 콧등에 핏발이 설 정도다. 35년간 배우노릇해서 백몇십억 벌었는데 그게 뭐 대단하냐 한류스타 배용준이에 비하면 나는 적은 게 아니냐 오히려 반문하고 나선 장관 후보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번 인선이 국민 정서와도 정말 거리가 있는 듯 싶다. 이러다보니 장관 내정자들이 임명장도 받지 못한 채 사표를 내고 수리돼 지난 정권의 장관들이 작금의 정권과 일정기간 동거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취임 초기에 애를 먹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돈이 많다는 게 죄가 될 수 없고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돈이 많은 장관들이 이명박 정부에 포진하다보니 대통령 후보시절 광고 방송에서 이 후보가 국밥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모습이 광고 그 자체 였구나 하는 생각을 국민들은 떨쳐버릴 수 없을 듯 싶다. 대통령이 돈이 많으니 장관들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인선한 게 아닌가 또한 대통령이 고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이니 그 속에서 국정을 운영할 인맥들을 추려낸 게 아닌가하며 ‘고소영’ ‘강부자’ 라는 신조어가 정치권에 유행어가 됐으니 딱이 아니라고 변명하기에는 궁색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능력있고 일 잘하는 인물 국민들은 바로 그것을 원한다. 그것을 트집잡으려 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적어도 국민들의 아픔·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대중적 이미지를 지니고 그렇게 살아 온 인물 중에서 능력이 검증되길 더욱 바란다는 것이다. ‘인사는 만사’ 라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만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만 ‘만사’ 가 됐다. 논문표절, 절대농지투기, 아들 딸 외국국적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적격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한나라당 의원들이 먼저 강도 높은 검증에 앞장 섯다. 이유는 총선표가 가을 낙엽처럼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기에 다급함 탓 아니겠는가. 절대 다수의 지지는 자칫 한순간 절대 소수 집단으로 몰락할 수 있음을 우리는 노무현 정권 때 봐오지 않았던가. ‘국민을 섬기겠다’ 라는 이명박 정부의 출발싯점이 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쳤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항차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지지한 정권이 ‘오직 경제’ 라는 포장만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음을 차제에 깊이 인식할 것을 주문하는 바다.
유의호 <편집국장 | 2008/03/03 게재>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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