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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은중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이상엽 에디터 | 기사입력 2023/06/07 [12:10]

[데스크 칼럼] 김은중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이상엽 에디터 | 입력 : 2023/06/07 [12:10]

▲ 이상엽 총괄 에디터

[시대일보=이상엽 에디터]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 중인 김은중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화제다.

 

이번 20세 이하 한국 대표팀은 직전 대회의 이강인 선수와 같은 스타성과 화제성을 갖춘 선수가 없어 이른바 골짜기 세대라 칭해졌다.

 

국내 축구계와 언론의 관심도, 기대도 당연히 없었다. 김은중 감독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들의 무모한 도전이 4강에 올랐다. 국제 축구계에서는 언더독의 반란이라 여겼고, 국내 축구계에서는 뒤늦게 그들을 재평가하기에 이르렀다. 머쓱함은 잠시고,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이젠 김은중호의 도전이 더 이상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된 것이다.

 

무명(?)의 설움을 씻어낸 그들의 서사는 국내 정치에 신물나고 경제난에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청량제와 같은 희열을 선사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국민적 관심과 열기에 비할 수는 없으나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그들의 선전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파이팅을 국민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기특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1순위인 프랑스를 잡아내고 이어 남미의 강호 온두라스, 조별 리그를 1위로 통과한 아프리카의 복병 감비아와 비겨 조별 리그 2위로 16강에 진출한 김은중호는 16강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8강에 오르게 된다. 8강 상대는 16강에서 영원한 우승후보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인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제압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였다.

 

겉으로 내색들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축구관계자들은 그런 나이지리아를 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테다. 짐작컨대 8강에서 나이지리아에게 패배했다면 ‘선 수비, 후 역습’ 패턴의 김은중호에게 아마도 한국 축구의 ‘투지’를 실종시켰단 언론의 집중 포화가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이에나 같은 한국 언론의 특성상 ‘져도 화끈하게 밀어 붙이는 투지가 한국 축구의 혼’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는 축구평론가들의 평들과 분석 기사들이 쏟아졌을게다. 그런데 영원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꽁꽁 묶고 2:0으로 이긴 나이지리아를 아시아 변방의, 그것도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는 한국이 이기다니... 이건 국뽕 영화에나 등장할 클리쉐가 아니던가.

 

‘인성, 도전, 열정, 패기, 헌신’은 김은중 감독이 지난해 1월 첫 소집훈련에서 내걸었던 대표팀 운영의 다섯가지 키워드였다고 한다. 스타성과 화제성 있는 선수는 1도 없지만, ‘성실한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를 갖춘 선수가 더 발전하고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평소 지론이었다고도 한다.

 

김은중호의 이 키워드는 1년6개월간 변하지도, (관심이 적다보니)흔들(리)지도 않게 이어졌고 말뿐인 원팀이 아니라 ‘찐 원팀’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21명의 엔트리 중 8강전을 치르는 5경기 중 골키퍼 1명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필드를 밟았다.

 

모두가 주전인 원팀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다보니 경기 기복도 없고 결과까지 얻어내는, 지금까지 한국 축구에서 보기 드문 행보로 연일 새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현역 국대시절 이동국과 함께 영혼의 단짝을 이루며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샤프’ 김은중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누구나 원칙을 세우지만, 누구도 원칙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우보천리(牛步千里.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단드시 이뤄진다는 뜻)’의 교훈을 담담하게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은중의 도전이 4강을 넘어서길 국민 모두와 함께 빌어 본다. 그의 우직함과 부단한 노력이 더욱 빛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기자 사진
'가슴은 따뜻하게, 펜 끝은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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