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글 / 사진 이 창 근

이창근 시인 | 기사입력 2020/10/26 [18:08]

그날이 오면

글 / 사진 이 창 근

이창근 시인 | 입력 : 2020/10/26 [18:08]

 

▲ 사진은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창근씨가 일명 카메라 워크방식으로 특수 촬영한 ‘렌즈로 그린 수채화’라는 작품이다.

 

 

▲  이창근 시인  ©시대일보

내가 죽거든 내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내 열기
내 정열
내 뜨거운 마음을
그 차가움으로 식히고 싶지 않구나

 

내가 죽거든 내 무덤 앞에는
그 검은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내 밝은 마음
내 순수한 마음
내 하얀 마음을
그 검은 돌에 묻어 두고 싶지 않구나

 

내가 죽거든 내 무덤 앞에는
그 작은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내 큰 마음
내 원대한 희망
내 큰 포부를
그 작은 돌에 가두어 두고 싶지 않구나

 

아니다 아니야
내가 죽거든 내 작은 무덤을 만들지 말라
그 어둡고 작은 공간에 머물고 싶지 않구나

 

위대한 자연에서 온 내가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되어
대지 위를 달리고 싶다
하늘을 끝 간 데 없이 날고 싶다
출렁이는 대양의 파도 위에서 춤추고 싶다

 


[詩評]‘詩’를 보고 ‘詩人’을 보며…


‘자유시인’은 외부적으로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는 人物로서 자연과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해 이를 가장 순수하고 순발력 있게 詩로 풀어가는 존재다.

본래 모든 시인은 틀에 갇히지 않고 혹은 틀에 처박힌 자신을 구원해내는 힘을 가진다.

시는 감추어서 말하는 것이기에 비유에 기대 어 말을 하는 것이다.


시는 시인의 생애이며 그가 추구하는 길이다.

치장이나 수식이 없는 무기교의 맨 얼굴 어떻게 살았느냐 살아왔느냐에 따라 백치 아다다와 같은 순수미에 매료되기도 하고 시 아닌 군화발 같은 각 잡힌 글에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도 있다.


70이 넘은 이창근시인의 詩는 ‘詩句’ 하나인 그의 작품 ‘그날이 오면’에 잠재돼 있는 시의 운율을 따라 한 구절 한 구절 따라가 보면 그의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그 노래를 통해 내 인생 또한 회상하게 된다.

적나라한 운율처럼 소리를 내며 흐르는 맑은 계곡물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지만 그 소리는 듣고 보는 이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시인은 ‘그날이 오면’ 제하의 ‘내가 죽거든’이란 표현이 네 번 반복하며 ‘희로애락’의 한생을 ‘빗돌’에 새겨 담지 말라한다.

인간 삶이 비석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는 것, 죽어 이름 석 자를 남기기 위해 산다고들 하지만 시인은 이를 덧없다하며 ‘그날이 오면’을 노래하고 있다.


내 무덤 앞에 ‘빗돌’을 세우지 말라한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삶의 노래를 차갑고, 검고, 작다를 논한다는 게 헛되다 말하고 삶은 자유로운 것이며 죽어서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자연과 함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되어 끝 간 데 없이 날겠다고 한다.


그의 시는 음미할수록 운율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삶의 시작과 끝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를 한데 묶어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시 한편에 녹아 부었다.

자유시인 이창근님의 ‘내 무덤 앞에’서면 시의 세계가 이처럼 삶의 희망이고 미로의 출구가 됨을 깨닫게 된다.  

                                                                                                                     /시인  김상학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문협, 부평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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