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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어머니

홍성훈 | 기사입력 2023/03/31 [16:11]

[발행인 칼럼] 어머니

홍성훈 | 입력 : 2023/03/31 [16:11]

▲ 홍성훈 발행인     

어머니가 아프시다. 1년 동안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 간 것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에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119를 불러 응급실로 실려 갔다. 어머니의 병명은 치매, 뇌경색, 당뇨 등이다. 어머니는 올해의 생신도 병원에서 보내셨다. 생신 때 드시던 미역국도 드시지 못했다. 의식을 찾은 지금도 죽을 드신다. 몇 년 전 어머니의 팔순 때 지방에 사시는 어머니 형제들을 모시고 같이 할 생신상을 준비했다. 

 

그때도 어머니는 편찮으셔서 그해에 생신상을 차려드리지 못했다. 사실 우리 가족들은 칠순, 팔순 잔치는 물론이고 아이들 돌잔치까지도 변변한 식당 하나를 빌려서 해본 적이 없다. 식당은 고사하고 집에서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막심한 불효자요 아이들에게는 나쁜 아버지였다. 아내에게는 성실하지 못한 남편이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가시고 기력이 없으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어머니시다. 그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애잔한 생각이 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가 얼마가 되든, 나에게 아이들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다. 

 

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갈 때 내 팔로 어머니를 앉았다가 너무 놀랐다. 그냥 솜털 같은 당신의 무게에 마음이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울음이 흘러내렸다. 나이가 60이 다 돼가도 어머니에게 변변한 효도 한번 못한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어머니’는 평생을 나를 위해서 사셨다. 같이 사셨을 때는 퇴근에서 돌아오는 못난 아들의 표정을 살피시고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셨다. 

 

아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평소 이것저것을 아껴서 꼬깃꼬깃 모아드셨던 돈을 나의 손에 꼭 지워주시며 살며시 웃으셨다. 아들의 표정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 분같이. 이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무한사랑의 정도를 무엇으로도 잴 수 없을 것이다. 내 상황이 좋지 못해 더 그런지는 몰라도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옛날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그리워진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평생 살아오시면서 아들을 위해서만 사신 어머니의 희생이 주름 속에 가득하다. 주름진 얼굴 속에 천진하게 서려 있는 희미한 미소는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색이 빠진 흰 머리카락이 어머니의 힘드셨던 흔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련한 단어가 ‘어머니’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또한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슬플 때 나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었으며, 힘들 때는 나의 희망이었다. 병원에 누워 계신 당신의 앙상한 모습을 초점 잃은 눈으로 쳐다보니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못 한 송구한 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 언젠가는 어머니와의 이별의 날이 올 것이다. 

 

두렵고 겁이 난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래오래 곁에 계셔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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