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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대한민국 흐릿한 경제가 아니라, 고장 난 경제다

강수국 기자 | 기사입력 2026/09/02 [10:55]

[경제칼럼]대한민국 흐릿한 경제가 아니라, 고장 난 경제다

강수국 기자 | 입력 : 2026/09/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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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국 국장. 

[시대일보=강수국 기자]지금의 경제를 ‘혼탁’이라고 표현하는 건 다소 온건한 진단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경제는 일부 기능이 고장 난 상태에 가깝다. 성장률은 둔화됐고, 물가는 내려오지 않으며, 가계와 기업 모두 현금흐름 압박에 시달린다. 겉으로는 버티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균열이 이미 진행 중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의 흐름이 막혔다’는 점이다.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계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으로 내려간다. 대출은 줄고, 연체는 늘어난다. 소비는 위축되고, 투자도 멈춘다. 이건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경제의 순환 자체가 느려진 상황이다.

 

부동산 역시 핵심 변수다. 가격은 일부 지역에서 버티고 있지만 거래는 얼어붙었다. 자산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유동성 착시’가 발생한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결국 한쪽에서 가격 조정이든 부채 문제가든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은 버티는 국면에서 ‘언제 터지느냐’를 계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 대응도 냉정하게 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재정을 풀자니 국가채무가 부담이고, 긴축을 유지하자니 경기 침체가 깊어진다. 이 딜레마 속에서 정책은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완화된 긴축’ 같은 어정쩡한 형태로 남는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시장에 신호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방향을 못 잡고, 개인은 더 움츠러든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은 세 가지다.

첫째,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 구조조정이다. 모두를 살리려 하면 결국 더 크게 무너진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되, 거래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 거래 없는 시장은 가장 위험하다.

셋째, 산업 전환에 대한 실질 투자다. 반도체, 배터리 같은 주력 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에 자본이 흐르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중요한 건 ‘속도’다. 지금 경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국면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끌수록 비용이 커진다. 시장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신호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경제는 냉정하다. 버틸 수 있는 주체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곳은 정리된다.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정확한 진단과 빠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걸 놓치면 ‘혼탁’은 위기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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