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내 친구는, 올해 45세가 되었으나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아들 A 때문에 고민이 크다.
지방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 아들은 정치의 큰 꿈을 안고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가 하면 지방의 정치인들과도 인연을 맺는 등 정치의 꿈을 닦아왔다.
그러나 그 꿈은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에 있지 않았다.
첫째, 돈이 많이 들었다. 사람들, 특히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연을 맺는 비용이 가장 컸다. 은퇴 공무원의 아들로서 어떻게 그 자금을 마련하는가.
둘째, 문을 열어주지 않는 조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운이 좋아 지방의원의 보좌관이 되었다. 지역구 민원 담당이어서 매일같이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의원 보좌관이라는 데서 명함을 떳떳이 돌릴 수 있었다. 연봉 3,000만 원.
모시고 있는 지방의원이 조직관리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큰 집 잔치에 작은 집 돼지 잡는다’라는 속담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갑을 비우는 게 보좌관이다.
더 큰 문제는 결혼이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자기 형편에 결혼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꾸만 세월이 갔다. 우선 모시고 있는 의원의 선거나 끝나고 보자고 했지만, 아뿔싸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선거는 끝나고 의원은 근소한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실업자 신세가 된 것. 실업자가 돼서 결혼하자고 할 염치도 없다.
그는 결혼을 위해서라도 직장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지만, 30~40대에게 취업이란 게 쉬운 게 아니었다. 중소기업체에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으나, 있는 직원도 AI 바람에 내보내는 판에 들고 간 이력서를 꺼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대리운전까지 했는데 같은 처지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혼은 물 건너간 셈이다.
보험회사 외판원, 개업식, 정당 행사 사회… 마이크 잡고 두어 시간 떠들면 20~3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집을 사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 5천 명이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내 친구의 아들 A처럼 ‘정처 없는 인생’의 길을 걷는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 이들 청년층이 그대로 중년층, 노년층이 되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가 청년 세대의 실태를 특집으로 취급했는데 20·30대 응답자 48%가 해외 취업 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청년 절반이 조국에서 꿈을 이루는 것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것이니 참으로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조국이 이루어주지 못한다면 슬픈 일이다. 그러니 청년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꿈을 실현시키는 것을 국가의 제1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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