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김성곤 기자]6·3 지방선거가 끝났다. 길고도 뜨거웠던 선거의 시간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은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선거를 치른 후보들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아니다. 선거 캠프에서 일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계룡시에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는 유난히 힘들었다.
어떤 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하고, 어떤 후보는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기준과 판단 속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토론했다. 계룡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입이 바짝 마르고, 숫자 하나에 웃다가 또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나도 이럴진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들은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된 분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반면 낙선한 후보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게 된다.
그들 역시 계룡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마했을 것이다. 저마다 계룡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품고 시민들의 선택을 기다렸을 것이다.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그러나 지역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까지 승패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거리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민심을 듣고, 밤늦도록 정책을 고민했던 시간들. 그것은 당락을 떠나 모두 계룡의 자산이다. 그래서 낙선한 후보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밤 지인들과 늦은 시간까지 선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사람들은 정당만 보고 투표할까. 왜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아쉬움도 있었고, 답답함도 있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서 결국 한 가지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은 나와 같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나오는 제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고, 그 결과를 함께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결국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면 내 마음도 편할 수 없고 행복할 수도 없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당선된 사람은 시민을 위해 일하면 된다. 낙선한 사람은 또 다른 방식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면 된다. 그리고 시민인 우리는 다시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오늘 나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으려 한다. 먼저 떠난 동기생들의 묘소 앞에 서서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 앞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려 한다.
선거가 아무리 중요해도 결국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가족과 함께 웃는 일상, 친구와 나누는 따뜻한 식사, 아내와 손잡고 걷는 저녁 산책길, 반가운 친구의 전화 한 통, 건강하게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아침. 어쩌면 그것들이야말로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인생은 계속된다.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다. 그동안의 정치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자. 선거의 승패도 마음 한편에 묻어두자. 누군가를 미워했던 감정도, 지나친 기대와 아쉬움도 함께 흘려보내자. 정치는 삶의 일부일 뿐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선거보다 길고, 일상은 정치보다 소중하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던 시간들 또한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비록 원하는 결과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와 기준에 따라 고민하고 행동했던 과정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바른길이라고 믿는 길을 걸어왔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후회는 줄어든다.
결국 인생은 결과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 어떤 과정을 걸어왔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6월의 초여름 햇살 아래에서 나는 오늘 다시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간다. 거짓과 과장이 넘쳐나는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한 걸음 물러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 속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선거의 승패를 넘어서는 진솔한 행복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다시 깨닫는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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