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갑자기 돈이 생기면 충청도 사람은 의관(衣冠)을 장만하고, 경상도 사람은 집을 고치며, 전라도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정말 경상도에는 고택이 많을 뿐 아니라 잘 보존되어 있다.
충청도에 충신열사가 많았던 만큼 아직도 계룡산 깊은 산골 마을에 가면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사람을 볼 수 있다.
음식 문화는 역시 전라도를 꼽을 수밖에 없다.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빔밥을 먹으러 전주를 가는가 하면 민어와 홍어를 먹으러 목포에 가서 일박을 하고 벌교 꼬막, 남원 추어탕 등등… 맛 기행을 하곤 했다.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맛집이 전라도에 많다. 확실히 콩나물국을 끓여도 전라도는 다르다.
그래서일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등 전라도에서 화가, 시인, 가수 등 예술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맛’과 ‘멋’이 통하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들 음식이 토속, 전통음식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물류 시스템의 발달로 대전에서도 꼬막 요리를 먹을 수 있고, 서울에서 싱싱한 대구 요리를 먹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전세계에서 싱싱한 한국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음식 붐을 타고 각 방송국에서 우리 음식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방영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 팔도 음식 등 음식 프로가 없는 방송사가 없고 심지어 교육방송인 EBS에도 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까지 하는 방송사도 있다.
시래기, 호박 등 가난할 때 먹던 음식이 건강식품으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바야흐로 한국 음식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최근 한 스님이 모 방송국 PD를 상대로 한 소송 이야기가 나와서 화제가 됐었다. 그 방송국 PD가 특별한 맛의 국수를 방영했는데 그 국수 맛의 비결은 스님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다.
흔한 국수가 어떤 국수이기에 소송 이야기가 나왔을까 싶은데 정말 그 국수를 먹어 본 사람은 여느 국수와 확실히 다른 맛을 내는 레시피(식재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스님들도 맛있는 ‘사찰 음식’을 내놓을 만큼 국민들의 음식 열기가 대단하다. 최근 이슬람 국가의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할랄’ 음식도 개발하여 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할랄’(Halal)은 아랍 음식을 뜻하는데, 그들이 절대 금하는 돼지고기는 빼고 고등어와 삼치, 매콤한 오징어볶음 등 ‘할랄’ 음식에 김치 등 한국적인 맛을 조화시킨 데 감탄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의 관광객이 작년에 103만 명이 한국을 찾았고, 2025년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한국적 ‘할랄’ 음식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
K-팝, K-뷰티 등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듯 요리 역시 ‘K-음식’로 이름하여 점점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뉴욕에서 우리의 김밥이, 프랑스 파리에서 떡볶이 등이 인기 식품으로 등장했다는 뉴스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뿐 아니라 우리의 음식 전문 식당들도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최근 파리에서 불고기 돌솥밥, 김치찌개, 시래기 요리 등, 한국 음식을 그들 입맛에 조화시켜 내놓고 있는데 손님들로 가게는 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한국 음식만이 아니라 한국 셰프(요리사)들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제공한 음식의 최고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다.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국가 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을 비롯 기업인, 언론인 등 2,000여 명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에드워드 리의 책임은 참으로 막중한 것이었는데, 그는 역시 큰 찬사를 받았고 APEC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한몫을 해냈다.
그는 비록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K-푸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 그것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창의력이 아닐까?
라면 하나만 해도 그것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세계 라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막걸리, 소주까지 점점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창의성이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창의성이 모이고 모여 한국은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수출 7,000억 불을 달성하는 세계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할 것이다. 세종대왕의 한글에서부터 반도체, 자동차, 잠수함에 이른 것 모두가 우리 민족의 자원인 ‘창의성’이 아닐까.
2026년 새해의 꿈을 갖는 것도 우리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창의성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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