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20여 일간 여권을 뒤흔든 ‘나경원 사태’가 일단락됐다. 나 전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출마를 결심한 이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 대통령실과 ‘윤핵관’ 세력의 집중 공격 등에 시달리던 나 전 의원이 끝내 ‘윤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내고 차기 대표 선출 선거 당헌, 당규를 변경하고, 출마 여부가 대통령의 의지에 좌지우지되는 모양새는 민주주의 국가 공당의 모습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는 당 총재가 당을 장악하던 시절에나 있던 정당의 퇴행적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 내 소동은 일단락되었으나 집권 여당의 부끄러운 민낯은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일차적 책임은 나 전 의원에게 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수락하고도 대표 출마를 노린 것이 발단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정부와 조율되지 않은 정책 발언,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냈다. 불출마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낸 우유부단함, 불출마에 따른 정치적 타격은 정치 여정 내내 나 전 의원이 져야 할 짐이다.
그렇다고 당에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여권 내부의 반민주주의와 부조리와 치부를 드러낸 참사다. 나 전 의원은 회견을 통해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쏘아붙였다. 당내에는 포용이 없고, 질서정연한 무기력만 있다는 나 전 의원의 말을 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에 정권의 운명이 걸려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도 연초에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강력한 리더십이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리더십 붕괴로 패배했던 2016년 패배,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의 갈등 속에 공천이 산으론 간 가운데 치른 2020년 패배가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총선의 승패는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당원만의 투표를 통해 원하는 대표를 일방적으로 옹립해서 세워진 리더십을 국민이 지지할지를 고민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도를 넘는 무리수로 당의 주류가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큰 오산이다.
이번 설 민심은 정치권이 정쟁과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고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회는 임시국회를 열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개점 휴업사태다. 이는 정치권의 직무유기며 국민에 대한 사기행위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지만 국민의힘도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를 이끌고 갈 비전과 희망을 보여줄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 다툼에만 몰두하는 집권 세력의 구태를 이제는 벗고 진정 국가의 안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먼저 챙기기를 당부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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