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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소크라테스 부인은 악처인가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8/18 [10:18]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소크라테스 부인은 악처인가

시대일보 | 입력 : 2025/08/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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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부인 크산티페를 최고의 악처로 손꼽는다. 과연 크산티페는 최고의 악처인가?

 

좀 오래되었으나 크산티페를 변호하는 교수의 글을 읽은 일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산티페는 악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은 살기가 하도 힘들어서 남편 소크라테스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넓은 광장 한쪽에서 제자들과 함께 철학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그래서 부인은 손짓발짓을 다해 ‘내가 왔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소크라테스는 아는 척도 안 하고 ‘대화’에만 열중했다.

 

그러자 화가 난 부인은 근처 우물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다 남편 머리에 끼얹어버렸다. 진지하게 진행되던 대화의 강좌는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벼락을 맞고도 “천둥소리가 나더니 소나기가 왔군” 하고는 대화를 계속했다. 크산티페를 변호한 그 교수는 가정은 돌보지 않고 매일같이 제자들과 어울려 ‘대화’라는 이름의 토론만 벌이는 남편에게 얼마나 불만이 많았으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결국 소크라테스가 보인 크산티페를 악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창 국정 쇄신 작업을 할 때였다.

 

집권 여당 정 모 의원이 부정 축재로 제명되어 의원직을 박탈당해 언론을 크게 달구었다. 그런 어느 날 민정당 중앙당에 굵은 테의 선글라스를 낀 중년 여인이 나타났다. 민정당 소속 정 모 의원의 부인이었다.

 

그 부인은 사무실 중앙으로 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남편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몸으로 전방 근무를 하는 등, 밖으로만 세월을 보낼 때 나는 남편 퇴역 후 아이들과 살아갈 길을 찾겠다고 부동산 시장에 나온 몇 평 임야를 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임야가 가격이 몇 배 뛰는 바람에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것이 무슨 죄입니까? 도둑질이라도 했습니까? 여자는 경제 활동을 해서는 안 됩니까? 그것이 죄일지라도 마누라가 한 일을 남편에게도 씌워야 합니까?” 하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그러고는 그 여인은 여러 사람이 달래는 손을 뿌리치고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지난주 오랜 시간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했다.

 

여러 매체에서는 김 여사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한 말의 의미를 찾느라 바빴다. 정말 김 여사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까? 분명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한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김영삼 대통령 시대 부정 축재로 찍혀 의원직을 삭탈 당한 정 모 부인이 억울함을 토로한 것처럼 김 여사 역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침묵의 항변’으로 ‘나도 억울하다’라는 표현이 아닐까?

 

그러나 이 말은 국민들로 하여금 오히려 반감을 만든 것은 아닐까?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자신의 말은 빼고 죄송하다고만 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정말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을 앞두고 어떤 말을 한 것인가. 오랫동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또 한 번 세상에 돌을 던진 것이 되었다.

 

사실 아무리 김 여사 입장에 서보려고 해도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김 여사가 자신의 행동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때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지켜오지 않았고 오히려 소음을 더 키웠다. 급기야 특검의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으며, 12일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사람’답게 낮은 자세로 처세를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여사는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부부 구속이라는 수치를 일으킨 것에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에 대해서도 ‘악처’일까 ‘양처’일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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