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홍현종 발행인]공직자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형평성과 합법성이다. 법령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재량권이 거의 없다면 행정은 경직되고, 탄력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담당자가 법령만을 고집해 일을 처리한다면, 결국 시민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법규에 명확한 규정이 없거나, 담당자의 재량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은 행정 현장에서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물론 재량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으며, 같은 사안에 대해 담당자나 기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량 행위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근 부천시가 동별 준공을 허가해 입주가 진행 중인 소사역 인근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사례를 보면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아파트의 담당자와 팀장은 “우리는 법령에 따라 동별 준공을 허가했을 뿐이고, 시민의 안전과 같은 세부적인 문제는 다른 부서에서 동의받아 처리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부서'는 감리를 맡은 쪽이라는 설명이다. 공동주택과에서 감리에 개입하면 월권이라는 논리도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동별 준공과 관련한 기반시설 감리가 다름 아닌 시행사였다는 점이다. 담당자들은 감리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감리와 통화한 결과 “우리는 아파트와 상가에 대한 감리만 맡았고, 기반시설은 시행사가 자체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행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실제 공사를 맡았던 K건설 측에 문의한 결과는 더 명확했다. “시행사에서 도면을 넘겨주었고, 우리는 시키는 대로 공사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천시 공동주택과가 말한 기반시설 감리는 결국 시행사였고, 시가 주장하는 '동의를 얻은 감리'란, 실질적으로는 시행사의 입장을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이 사례는 '형식적 법 집행'과 '책임 회피'가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행정은 단순히 법령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법과 제도를 수단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다.
따라서 형식적인 절차 이행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행정행위가 시민의 안전과 공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가 하는 판단이다. 재량의 여지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재량은 공정성과 책임이라는 기준 아래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