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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내 친구 ‘점뱅이’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6/23 [15:24]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내 친구 ‘점뱅이’

시대일보 | 입력 : 2025/06/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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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어릴 때 ‘점뱅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오른쪽 뺨에 동전 크기의 검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점뱅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별명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침내 그는 방학 때 서울에 가서 얼굴의 검은 점을 빼고 왔다. 따라서 그의 얼굴은 깨끗하게 되었는데도 친구들은 여전히 ‘점뱅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그가 성인이 되었는데도 그 별명은 평생 따라다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우리 시간 6일 밤 이루어졌다. 과거에 비해 양국 정상의 통화가 늦어지자 백악관의 ‘의도된 지연’이 아닌지 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번 한미동맹을 외교 안보의 기본 축으로 하여 실용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도 그의 과거 발언 때문에 이런 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있었다.

 

그런 데다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자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의 과거 행적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민석 총리 지명자는 학생운동 시절 미 문화원 점거 경력이 있고 이 국정원장은 자주외교주의자로 그의 대북정책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며 반대한다’라고 발표한 것 아니냐며 그 의미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왜 축하 인사에 ‘중국’이 등장하는 것일까.

 

따라서 ‘점뱅이’ 별명을 가진 친구가 검은 점을 지워도 그 별명이 오래 가는 것처럼 점 없는 얼굴을 자꾸 보여 기억을 지워버릴 수밖에 없다. 선거 때 계속 붙어 다녔던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그렇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 중 30%가 사법 리스크를 지적한 것으로 출구조사에 나타났는데 그만큼 그 검은 점은 짙다.

 

그런 데다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 대법관 30명 증원,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원의 재판도 중단하는 등의 입법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 대통령의 ‘방탄’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을 포함, 10명의 대법관을 교체할 수 있는데 왜 16명을 더 늘려 추가 임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대법원에서 최종 재판이 끝났어도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3심이 아니라 4심 제도가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소송에 패소하거나 형사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 헌법재판소로 몰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업무가 폭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의 재판에 변호인으로 활동하던 변호사들이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진입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변호를 맡은 것과 업무 능력은 별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평범한 상식으로 판단한다.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다.

 

따라서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아무리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점뱅이’ 친구를 연상시킬 수 있다. 점을 지웠어도 그 별명이 지워지지 않듯이.

 

그래서 그 별명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우는 데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는 권력 행사의 절제와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지려 하는 과욕에서 멀어져야 한다. 권력의 절제―말은 쉬워도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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