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때 주장하는 지역화폐에 대하여 민주당 측은 내수진작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며 ‘노벨 평화상’이 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국민의 힘에서는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이며 현금 살포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그렇게 서로 비난만 할 뿐 그 대안이 무엇인지 토론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이번 21대 대선은 정책 토론은 없고 네거티브로 시종일관했다.
우리 유권자들도 그런 네거티브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입에 담지도 못할 음담패설, 가족 이야기, 방탄, 댓글… 이런 것들이 선거의 본질을 이루어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선거운동이었다.
그야말로 편 가르기, 보수·진보의 진영 싸움이어서 어떤 결점도 자기 편은 선의로 덮어가고, 상대편은 악마로 만든다.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으로, 정부 수립 후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자주 감옥 생활을 했던 함석헌은 장준하와 함께 지식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思想界’라는 잡지를 통해 민중 계몽운동을 펼쳤다.
그는 인도의 간디가 전개했던 ‘비폭력 저항운동’인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노선을 존중했기 때문에 ‘한국의 간디’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가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주 했던 말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것이었다.
어느 한쪽에 휩쓸려 부화뇌동하지 말고 냉정히 생각하는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이다.
함석헌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늘’(天)과 ‘양심’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 ‘부정선거’라는 영화를 관람하여 논란이 되었다. 그가 12.3 계엄을 일으킨 명분이 되었던 부정선거를 어필하는 의도로 보여졌다. 그러나 계엄으로 빚어진 국가적 혼란에 대해 한 마디 사과는커녕 동물의 박제처럼 되어버린 부정선거를 어필한 것은 ‘하늘’과 ‘양심’으로서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정책을 결정했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판도라’ 영화가 원자력 폭발 사고를 다룬 것으로 ‘탈원전’ 정책의 동기가 되었다는 것 때문이다.
그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자력 발전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300기의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우리 원자력 기술이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웃 중국도 앞으로 44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고 벨기에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스웨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등….
그런데 문 대통령이 그 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하기에 앞서 광범위한 의견을 듣고 생각을 더 깊이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중요한 것이다. 함석헌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선거에서 실감했듯이 ‘너는 악마’ ‘나는 천사’의 편 가르기가 아니라, ‘우리’라는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면 이 나라가 이렇게 분열하고 갈등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국가와 국민의 수준도 생각하는 만큼 높아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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