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대선 패배,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6/09 [16:28]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대선 패배,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시대일보 | 입력 : 2025/06/09 [16:28]
본문이미지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이준석을 당 대표직에서 매몰차게 쫓아낸 소위 ‘친윤’이라고 하는 세력들이 대선 상황이 급박해지자 그에게 후보 단일화를 졸라댔다. 그 이면에는 대선에서 실패하더라도 이준석에게 당 대표를 주어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친윤’들의 속셈이라는 것.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명분이고 당권 장악이 목표라는 것이니 사실이라면 국민의 힘은 집권 능력을 이미 포기한 정당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김문수 후보와 벌어진 후보 단일화 싸움을 두고도 ‘친윤’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그렇게 유치하지는 않다. 선출된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잠든 심야에 날치기로 바꿔치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친윤’들의 시나리오는 역사에도 없는 코미디였다.

 

이번 대선에서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은 어느 식당 주인은 후보 바꿔치기 쇼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에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잘했는가? 입만 열면 민생을 떠들면서 실제로는 ‘이재명 방탄’이 모든 것을 압도했고, 심지어 대법원장 탄핵 등 극단적인 사법부 압박까지 나오는 것에 실망한 터에 이준석 후보가 TV 토론에서 행한 저급한 발언 등 이래저래 우리 정치에 실망하고 투표 포기까지 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데다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동훈 전 당 대표의 행보는 국민의 힘 집안 사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 대표에 대선 후보까지 했는데 선거 기간에 하와이로 날아가 타당 후보를 격려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모습을 보였고, 한덕수 전 총리는 김문수 후보와 뜨거운 포옹까지 하더니 경선에 패배하자 아예 두문불출했다. 한동훈 전 당 대표는 ‘김문수’ 이름이 없는 옷을 입고 ‘나 홀로’ 유세를 벌이자 자기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뒤늦게 ‘김문수’ 옷을 입었는데 국민의 힘이 이러고도 대선에 승리하길 바랐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

 

물론 김문수 후보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준비 8개월이라도 했지만, 그러고도 준비 안 된 ‘용병’ 소리를 들었는데, 김문수 후보는 국회에서 ‘장관들 모두 일어나 계엄 사태에 사과하라’라는 민주당 의원들 요구에 일어나지 않고 나 홀로 버틴 것이 일약 계기가 되었고, 대선 후보까지 되었으니 3개월 대선 작업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다른 경쟁자들을 포용하여 끌고 갈 리더십이 있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것도 그의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줬다.

 

아무리 개인적 관계가 깊더라도 윤 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확실한 선을 긋고 갔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했기 때문에 아무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는 중도층의 표심을 잡을 수 없었다.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싸움’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두텁고 길었다. 민주당이 끝까지 ‘내란 척결’을 선거 이슈로 몰아갔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계가 없다’고?

 

어쨌든 예상 못 한 계엄 사태로 대선이 치러졌고 국민의 힘이 보여준 리더십 부재, 전략 부재로 이 나라 보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지금 국민의 힘에 절박하게 와닿는다. 이번 대선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환골탈태한다면 국민의 힘은 다시 일어서서 보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윤’이니 ‘친윤’이니… 구태 정치가 계속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 등에서 설 자리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정치 발전에도 불행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