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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민주당, 벌써 집권했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4/21 [10:11]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민주당, 벌써 집권했나

시대일보 | 입력 : 2025/04/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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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세종대왕도 한때 법을 어겨 아버지 태종의 실록을 보려고 했다. 전 임금의 모든 것을 기록한 실록은 왕 자신은 물론 누구도 볼 수 없는데 세종은 아버지 태종에 대해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실록을 관리하는 사관을 불러 달래기도 하고 말을 안 듣자 역정을 내기도 했지만, 사관은 끝내 거절했다. 세종대왕은 “못 본 척할 테니 보여만 달라”라고 사정했지만, 사관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때 황희 정승이 “전하께서 그렇게 하시면 후세 사관들이 임금께서 잘못한 것도 잘한 것으로 기록할 것이며 사관 역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 하고 말리는 바람에 세종대왕은 실록 열람을 포기했다.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 기록관에는 대통령 임기 동안 이루어진 문서, 사진, 영상, 대통령이 외국 순방 때 받은 선물 등이 보관되어 있다.

 

어린이 체험관이 있을 정도로 기록관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으나, 국가 기밀에 관한 문서 열람 등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모든 기록물의 보호 기간을 두지 않고 공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중요한 것 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 법 개정이 언제든지 열람하고 수사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래서 아직 선거도 안 끝냈는데 벌써 정권을 잡은 것 같다는 비판도 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 시대는 노무현 정권의 적폐 청산에 몰두하여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그 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적폐 청산으로 시간을 다 보냈다.

 

그런데 민주당은 벌써부터 전 정권의 비리 수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특히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라는 탄핵 선고가 있은 후 민주당은 당장 정권을 잡은 듯 강경 모드로 질주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강경 모드는 민주당이 이번 조기 대선 전략으로 ‘내란 세력 종식’을 내세우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 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 공천개입과 정치자금법 위반, 명태균 사건,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등으로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특히 이 가운데는 민주당이 특검까지 요구하는 것도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윤 정권 아래서의 검찰, 국정원,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특검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수사 내용도 내란 종식.

 

그런 데다 노조와 좌파 단체들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박장법 KBS 사장 등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촛불 행동’ 등 탄핵 주장 단체는 내란 행위자 처벌을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내란 세력 척결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고 그것은 민주당의 대선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한덕수 대통령 대행이 자리가 비게 된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려고 하자 헌법재판소를 장악하려는 ‘제2의 내란’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가 ‘내란’으로 씌우는 것이다.

 

마치 완장을 찬 분위기다. 5·16 때 서울을 장악한 군인들에게 ‘혁명군’이라는 완장을 차게 했었다. 그러나 김종필 전 총리(당시 5·16 지휘자)는 그 완장을 모두 회수시켰다.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민주당은 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 나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대선도 끝나지 않았는데 완장을 찬 것처럼 세를 과시하는 것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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