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111일 만에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늦어져 정치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선고 기일이 이제라도 정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고가 계속 미뤄졌다면 헌재 구성을 둘러싼 정치 갈등과 국민 분열이 한층 심각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고일이 정해진 만큼 정치권은 극한 정쟁을 멈추고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당연히 파면된다. 기각·각하하면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8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경고성'이었고 정치인 체포나 의원 끌어내기 등을 지시한 적 없다고 맞섰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지, 기각 또는 각하하든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 분열이다. 지금도 국민들은 인용과 기각 양쪽으로 나뉘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과격한 지지자들은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당분간은 극심한 대립과 저항이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정치권이 앞장서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선고 결과에 따라 그동안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해온 국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선고 불복을 조장할 생각은 추호도 가져선 안된다. 선고 후 정치권이 할 일은 정국 안정을 기하고 국민 통합에 나서는 일이다.
따라서 탄핵 인용이든 기각·각하든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판결에 절대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헌재 판결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거야의 정치인들은 기각이나 각하될 경우 유혈 사태까지 예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탄핵이 기각되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식 천명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불의한 선고에 대한 불복·저항 선언으로 위헌 릴레이를 멈춰 세우자"고 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우리가 제주 4·3 사건, 광주 5·18 상황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다시 윤석열이 복귀하는 것은 곧 제2의 계엄을 의미할 테고, 우리 국민이 저항할 테고,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유혈 사태를 언급했다. 헌재 판결에 불복하자는 선동과 다름없다. 이는 국헌 문란 행위다.
정부는 탄핵 선고를 빌미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번 탄핵 선고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승복 없이는 대한민국이 결딴난다는 점을 모두가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이후 이미 국정은 파탄 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경제와 민생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으며 외교와 안보 또한 국가 지도자의 부재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선고 이후 더 심화될지도 모르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먼저 국민이나 정치인이나 윤 대통령 자신이나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기각 또는 각하된다면 야당도 무조건 따르겠다는 뜻을 국민 앞에 자진해서 천명해야 한다.
여야는 헌재 선고를 계기로 온 국민을 지치게 만든 작금의 비상식적 정치 상황을 끝내야 한다. 선고 이후에도 찬반으로 갈려 혼란을 지속할 수는 없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우리는 그를 상대할 최고지도자도 없어 통상압력에 무방비 상태를 지속해왔다. 또 내수 부진과 산불 등 재해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더 이상 내부 분란만 키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진영 싸움에 나라가 내전 상태에 처하는 것만은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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