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최근 운전을 하고 거리에 나섰다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상대방 차는 젊은 여성이 운전하고 있었다. 그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며 나의 잘못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 명함을 건네주었다. 변호사였다.
나는 변호사라는 신분의 여성, 더욱이 블랙박스까지 보여주는 것에 더 다투지도 않고 쉽게 합의하고 헤어졌다.
이제 변호사는 법정에서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날 저녁 지역에서의 한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 모임에서도 두어 명의 변호사들이 있었고 그중 한 분은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집에 와서 TV를 켜니 채널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여·야를 대변하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 나온 패널들이 거의 변호사들이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등 검사 3명의 헌재 기각 판결에 대해서 한 변호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 29명이 민주당에 의해 탄핵열차에 타는 바람에 국민 혈세 4억 6천만이 낭비되었고 그 결과는 오늘 무더기 기각으로 나타났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야당 측 변호사는 탄핵 제도는 삼권분립의 민주체제에 꼭 필요한 제도이고 그 횟수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풀어준 법원과 검찰에 대해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했어야 하는가 하면 그럴 경우 인권 문제가 생기며 위헌성도 있다는 반론이 뜨거웠다.
왜 이렇게 같은 사항에 대해 변호사마다 진영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일까?
법률 용어도 해석에 따라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변호사들의 종횡무진 활동은 마침내 22대 국회의 주도권을 갖게 했다.
22대 국회에서 변호사, 판사, 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 61명으로 전체 의원의 20.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회 역사상 최대의 기록이다. 법조인이라지만 변호사가 으뜸이다.
과거 운동권 출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민주당도 지금은 변호사 출신이 31명으로 탄핵과 특검 정국을 주도하고 있고, 국민의 힘 역시 19명이 민주당의 법적 공격에 대항하고 있다.
사실 전체 국회의원의 20.3%나 차지하고 있는 법조인들이라면 우리 국회는 모든 의사 진행과 국회 운영이 보다 합리적이고 평탄해야 하지 않았을까? 좀 더 상대 당과 소통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는 거야 민주당에 의해 대화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탄핵과 특검 열차만 달리고 있다.
특검과 탄핵은 이들 법조 출신의 전문 분야다. 그래도 탄핵된 공직자들이 지금까지 모두 기각된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심지어 변호사 출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암살 위협을 받는다며 방탄복까지 입으면서 최상목 대통령 대행에게 ‘몸조심하라’라는 경고를 날리는 세상이 됐다.
최 대행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 대행 신분이다. 그런데 경찰관이든 시민이든 최 대행은 현행범이니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 대행에 대해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이며 변호사 출신 입에서 그런 섬찍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안타깝다. 정말 정치 지도자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탄핵과 특검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이제 우리 국민들도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보다 전문 법지식은 아니지만 법의 정신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변호사가 되었고 판사, 검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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