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보다는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직무 정지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에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을 12일 발의한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후 오는 14일 오후 5시 표결한다. 결과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얼마나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느냐에 달렸다.
앞서 1차 표결 때 국민의힘은 '탄핵안 반대·표결 불참' 당론에 따라 표결 참가가 3명에 그쳤지만 14일 표결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탄핵 찬성 기류가 점차 강해지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퇴진 방안으로 제시한 ‘2월 또는 3월 하야’ 방안을 거부하고 헌재에서 정당성을 다퉈보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의중인 듯하다. 하야를 하면 소명 기회도 없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탄핵은 소추안 통과 후 180일 이내 선고와 이후 60일 이내 대선으로 최장 8개월이 걸린다. 심리 과정에서 본인 입장을 밝힐 수 있고, 그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법원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동귀어진(同歸於盡. 상대와 함께 죽음)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생각하는 계엄의 정당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의 공직자 탄핵과 일방적인 예산 삭감 등 계엄 선포 당시 밝혔던 이유를 들어 당위성을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계엄 선포의 절차적·내용적, 위헌 및 불법성을 드러내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앞서 했던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비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헌재의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여당으로서는 탄핵 민심을 거스를 이유가 없어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하야 시점을 못 박는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모색해 왔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좌고우면해 왔던 그간의 입장을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흉흉해지는 정국 불안으로 민생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하루속히 안정화해야 할 책무가 집권여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대표도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탄핵 표결에 소신껏 투표해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동진·김소희·배현진·박정훈·진종오·유용원 의원 등 10명 이상이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며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후보 김태호 의원도 같은 날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론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자유 의지를 갖고 투표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라며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써 김예지·안철수·김상욱·조경태 의원에 이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이 5명으로 늘면서 탄핵 당일까지는 가결 최저선(국민의힘 의원 8명 찬성표)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내란 피의자'가 되면서 군 통수권이나 외교 최고결정권 등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누구인지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국정 공백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려면 탄핵외에는 길이 없다. 그래야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정해져 헌정 질서를 조기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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