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한 감액예산안 상정을 미루겠다며 여야에 오는 10일까지 협상을 마치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의 결정으로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다시 수정하는 협의를 이어 나가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예산안을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협의에 임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한 내 수정 예산안 협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예산안 합의 정신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폭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놔두고 민주당이 요구해 온 감액안만 반영해 강행한 것이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677조 4천억 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 천억 원을 감액했는데 이 중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가 모두 날아갔다. 이들 기관의 예산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수사, 안보에 관련된 것이어서 일반 예산과 달리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특활비 명목으로 편성돼 왔다. 윤석열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특활비를 폭넓게 활용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국회 특활비 9억 8천만 원과 특경비 185억 원은 전액 통과시켰다. 야당의 특활비·특경비 삭감 논리는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없는 경비 사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국회의 두 경비도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영수증을 제시할 필요가 없는 경비다. 자신들이 쓸 경비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정부 경비만 문제 삼은 것은 제 밥그릇 챙기기요, 이율배반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느닷없이 오남용 가능성을 문제 삼아 이를 삭감한 것은 야당을 상대로 수사와 감사를 진행해 온 사정기관과 이에 지휘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에 본때를 보이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번 감액예산안 강행 처리는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을 대놓고 괴롭히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4조 8천억 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도 절반인 2조 4천억 원을 감액했는데, 예비비는 재해·재난 등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금 성격의 예산이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경제위기 대응에도 쓰인다. 애초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무역 파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년보다 6천억 원 많은 예비비를 편성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부터 검·경·감사원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해 이재명 대표 수사와 전 정부 감사에 대한 보복성이란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정부 예비비도 대폭 칼질했고, 이는 예결특위에서 일방 처리한 감액 부분에 대부분 반영됐다. 반면 상임위에서 지역화폐를 비롯한 ‘이재명표 예산’과 자신들의 관심 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했는데, 이게 관철이 안 되니 ‘단독 처리’라는 ‘겁박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민주당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감액예산안 단독 처리는 주요 정부 정책과 행정부 기능까지 정치의 볼모로 잡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정부의 정상적인 활동을 마비시키겠다는 몽니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처사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 선고 후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후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여전히 탄핵 폭주와 예산 횡포로 이어지고 있어 공염불에 그쳤다. 오로지 ‘당대표 방탄’ 위기를 넘기려는 것 외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거대 야당의 횡포는 민심의 역풍을 불러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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