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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이 대표 리스크’ 쇄신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1/21 [09:00]

[사설] 윤 대통령, ‘이 대표 리스크’ 쇄신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시대일보 | 입력 : 2024/11/21 [09:00]

[시대일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국민의힘이 연일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거대 야당을 겨냥해 “검사 악마화에 이어 판사 악마화까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측의 재판 늦추기 전략을 막기 위해 20일 ‘재판 지연 방지 태스크포스’를 발족할 예정이다. 또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 즉시 정당의 재산을 가압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역형 선고 당일에도 “사필귀정”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의 사죄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1심 선고에 대해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겁박하며 장외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이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를 여권이 처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회로만 여겨서는 곤란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이 대표의 위기를 호재로 삼아 내부 균열을 어물쩍 봉합하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을 슬그머니 덮으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여권 원로들은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로 여권이 위기를 모면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지금이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당한 얘기다. 엄밀히 말해 이 대표 판결과 김 여사 의혹은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지금은 이재명 공박에 몰두할 게 아니라 ‘쇄신 골든타임’을 살려야 할 때라는 우려와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여권 상황은 심각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는 등 대통령이 특정인 공천을 얘기했다고 증언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공천해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명태균 씨를 수사 중인 검찰도 명 씨가 창원시장과 회동하고,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보고를 받는 등 국가산업단지 유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을 추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공천 개입 의혹은 물론, 하루가 멀게 늘어나는 ‘명태균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명과 수사를 통한 국민적 의구심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7일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을 하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밝혔는데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혹여라도 민주당의 위기에 편승해 쇄신하지 않는다면 반사이익은 켤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대표가 쇄신책으로 내놓은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과 김 여사의 대내외 활동 대폭 축소 등 김 여사 논란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하고 친윤계와 친한계 갈등을 비롯한 여권 내분을 멈추고 대통령실 포함한 정부의 인적 쇄신 등도 단행해야 한다.

 

혹여라도 여당이 '이재명 판결'에 편승해 '용산 의혹'과 국정쇄신에 대한 민심의 요구를 적당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전에 김건희 여사에 관한 국민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던대로 한 대표는 지금 여권의 쇄신을 끌어내야 한다. '이 대표 부부는 수사와 재판을 받는데, 김건희 여사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국민의 요구가 더 거세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재명 판결에 편승해 민심을 또다시 외면하면 지금까지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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