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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만 보고 가겠다’던 윤 대통령, 초심 잃었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0/24 [09:00]

[사설] ‘국민만 보고 가겠다’던 윤 대통령, 초심 잃었나

시대일보 | 입력 : 2024/10/24 [09:00]

[시대일보​]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빈손 회동’ 후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회동 직후 윤 대통령은 “돌을 맞아도 맞고 가겠다”며 ‘원칙대로’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한 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민심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악화된 여론이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율을 동반 하락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는 물론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여권 분열상은 양측 모두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이번 회동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대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입법 폭주와 탄핵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방법은 압도적 국민 지지를 배경으로 한 국정 운영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율은 겨우 20%를 넘길 정도다.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 김 여사 관련 리스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세간의 민심을 전달하며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규명 협조 등의 3대 요구를 건의한 한 대표의 상황 인식은 ‘최소한의 국민 눈높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회동 직후 여론의 냉담한 반응에도 "면담 분위기가 좋았다"는 대통령실 자평이나 회동 다음 날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 부산 금정구에 있는 범어사를 찾아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로 싸늘해진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 여사의 사과와 자숙,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비상한 조치를 국민 앞에 내놓아도 등 돌린 민심을 되찾을지 의문인 판에 윤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 인식에 혀를 찰 판이다.

 

다음 달이면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윤 정부다. 대통령 단임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 후반기 정권은 늘 레임덕이 심했다. 임기 후반기 정권은 레임덕을 원만하게 극복하거나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동에서 그런 지혜를 보여주지 못했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실의 상황 인식이 안타깝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강혜경 씨가 나와 “명태균 씨가 김 여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는 무사,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명 씨가 꿈자리 사납다고 말해 김 여사가 해외 순방 일정을 바꾼 적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말들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지 부끄러울 정도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위기에 처한 이유로 단연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꼽힌다. 최근 검찰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 악화된 분위기다. 여기에 '명태균 게이트'를 기폭제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까지 일파만파 커지면서 여권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실도 국정 홍보를 할 시간마저 빼앗기며 연일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진땀 수습'을 하는 중이다. ‘읍참마속’ ‘결자해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의료 사태, 개혁 실종 등은 막연한 업보가 아니라 지난 2년 반 동안 국정 운영의 실패에서 비롯됐음을 자인하고 돌을 맞고 갈 것이 아니라 돌을 맞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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