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6일간의 일정으로 7일 시작됐다. 이번 국감은 내달 1일까지 총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되며 대상 기관은 모두 800여 곳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입법 사법 행정 등 3대 국가권력 행사기관이 모두 대상이나 행정부 감시·비판이 감사의 중심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다수 국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이슈 대부분이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정과 연관돼 있고 국회 본연의 기능이 바로 그런 이슈를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고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802곳에 달하는 기관을 제대로 감사하는 데도 4주간의 국감 기간이 빠듯할 지경이지만, 여야 시선은 온통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 공략에 쏠려 있다.
예상했던 대로, 22대 국회 국정감사 첫날부터 파행과 난타전이 상임위 곳곳에서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 국감’을 벼르고 나섰으며, 국민의힘은 끝장을 봐야 할 것은 이재명 대표 ‘방탄 국감’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볼썽사나운 여야의 충돌로 막이 오르면서 다음 달 1일까지 802곳을 대상으로 진행될 국감이 정책·민생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는 결과로 얼룩지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감 본연의 취지를 살리려면 국정을 견인하는 여야의 생산적 논의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첫날부터 깨지고 말았다. 여야가 작정한 듯 정치 공방의 전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6대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핵심에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면 이미 이번 국감이 역대 어느 때보다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정치적 공방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야당은 국감 기간 김건희 여사 의혹 총공세에 나서며 이를 발판으로 특검법을 재발의 하겠다는 계획을 흘려왔고,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각종 혐의 재판에 따른 사법 리스크를 국감의 핵심 타깃으로 설정해 맞불 공격에 나설 것이 예상되어 온 터다.
민주당은 당내에 이른바 '김건희 심판본부'를 구성해 국감 기간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주가 조작 의혹 등을 파헤칠 방침이며, 국민의힘은 이 대표 문제 외에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포함한 전임 정권 실정 이슈도 추궁하며 역공을 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감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정 감사라는 본연의 취지보단 지지층을 의식하고 정파적 이익 수호를 위한 정쟁의 장으로 국감이 변질할 우려가 크다. 결국, 이번 22대 국회 첫 국감은 ‘김건희·이재명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다 국감 본연의 기능이 실종될 것이 뻔하다. 이런 국감을 뭣 하러 하는가.
더군다나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8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의정 갈등 해법, 여전한 고금리와 고환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 사안, 점점 더 우리를 향해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 핵 문제, 제5차 중동전쟁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가자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안 등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현안투성이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하며 정치적 공방만 벌인다거나, 오히려 민생 문제마저도 정쟁의 소재 거리로 만들며 실질적 대안과 보완정책 마련에 소홀히 한다면 정치권의 책임이 작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야 존재감이 생기는 야당을 고려하면 얼마간의 정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되지 않겠는가. 국감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대안 제시로 민생과 안보를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 본령이다. 김건희·이재명 사안에 대한 진실 규명은 사법기관의 몫으로 맡기고 국회는 국회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 모두 국감의 본령에서 벗어나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감 무용론이라는 거센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