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설] 십수 년째 폐기돼온 ‘낙하산 방지법’, 여야 모두 각성하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0/07 [09:00]

[사설] 십수 년째 폐기돼온 ‘낙하산 방지법’, 여야 모두 각성하라.

시대일보 | 입력 : 2024/10/07 [09:00]

[시대일보​]연봉 3억 원인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에 금융 분야 근무 경험이나 감사직과 관련한 경력이 전혀 없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선임된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 출신 낙하산 보은 인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에서부터 자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도드라진다.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장 보은 인사는 정치 권력이 공공의 영역을 강점(強占)한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을 일컫는 이른바 '고소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인 '서오남'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문 정부에서는 캠프·코드·더민주라는 일명 '캠코더' 인사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조롱 섞인 비판에 휩싸였다.

 

그런가 하면 문 정부는 임기 말에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까지 자행해 윤석열 정부 5년 임기 중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의 40% 가까이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 또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김대남 상근감사 논란에서 보듯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 상임감사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에서 온 ‘낙하산’ 인사로 알려졌다. 권력을 잡은 측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핵심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하사품’처럼 내려보내는 구태가 악습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감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특히 감사직 임명을 감사해한다는 후문이다.

 

그 이유는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기관장과 달리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는 2인자의 권한을 갖는 ‘꽃보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 중 상근감사를 두고 있는 곳은 대부분 비상장사인데, 비상장사는 주주들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비전문적인 정치인 낙하산 인사가 꽂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 감사가 ‘보은 인사’ 자리가 되는 것은, 책임은 적고 대우는 좋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기관장을 감시하는 ‘2인자’이지만 기관장보다 업무 부담도 적고, 세간의 주목도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연봉은 최소 1억 원 초반대이고 3억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가 당선되고 나면 캠프 출신 인사 등에게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자리를 나눠줘 왔다. 결국, 진보·보수할 것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2000여 개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요 공공기관의 상임감사는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후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쟁 과정이 없는 형식상의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비판 여론 때문에 관련 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낙하산 방지법’은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짬짜미로 ‘낙하산 금지법’을 막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회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떠밀려 ‘낙하산 방지법’을 십수 년째 발의해 왔다.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하자는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18건, 20대 국회에서 8건, 지난 국회에서 1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 고위직이 더 이상 정치인 보은 인사로 채워지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여야가 ‘낙하산 방지법’ 제정을 서둘러 낙하산 인사 관행을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