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어느 일요일 오후 지방의 H 교육감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개인 승용차를 주차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H 교육감은 주차가 선 안에 제대로 돼 있는지 살폈다. 그러더니 다시 운전석에 올라 앞뒤로 몇 번 왔다 갔다 한 후 비로소 자리를 떠났다.
왜 그렇게 세심하게 주차에 신경 쓰냐고 물었다. H 교육감은 주차를 잘못하면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주차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겠느냐고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교육감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교육의 눈으로 본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교육감이 징역 몇 년의 형을 받았다든지 하는 비리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잖아도 교육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했는데 국가적으로도 비극이다.
실제로 선거방식에 의해 교육감이 선출되면서 불행한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제주도 교육감에 당선된 A 씨는 당선의 기쁨도 잠시, 후보자 매수 및 매표 혐의로 구속됐다. 당선자 A 씨뿐 아니라 낙선자, 그리고 돈 받은 학부형 대표들까지 무더기로 구속되어 충격을 주었다.
그 후에도 현직 충남 교육감, 대전 교육감이 구속되는 등 전국 교육감 중 수사를 받는 교육감이 과반을 넘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은 직선제 실시 후 4명의 교육감이 돈 거래, 측근 특혜 채용에까지 갖가지 비리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자리에서 물러났다.
징역형 실형을 받고 수감되기도 했다.
그래서 교육감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든지 ‘교육감 있는 곳에 비리도 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는데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다.
다음 달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조희연 교육감도 전교조 해직 교사 5명을 부당 채용한 것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 의해 확정된 때문.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감이 직선제가 실시되면서 법정에 서는 일이 다반사가 된 것은 왜 그럴까?
첫째는 선거 아마추어여서 직업 정치인들과는 달리 쉽게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를 몰아주겠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제보하겠다는 선거 브로커에 잘 넘어간다는 것.
두 번째는 당선되고 나면 다음 재선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느라 비리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교육을 위해 쏟아붓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관리하는 교육감으로서는 ‘유혹의 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힘 서지영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교육감 선거 때 평균 10억 8,000만 원씩 지출했는데 시·도지사 후보들의 8억 9,000만 원과 비교하면 훨씬 많이 썼다.
더욱이 정당 추천의 시·도지사는 중앙당의 도움도 받지만, 교육감 후보들은 개인이 선거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 선거 자금에 목말라 하는 교육감들은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자는 여론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두면 교육 불신이 팽배하고 교육감 자신도 계속 불행한 사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감을 시·도지사 러닝메이트로 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직선제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진보, 보수로 진영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바에야 시·도지사와 동일 티켓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교육감 후보에 대해 낮은 관심도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22년 교육감 선거 때 무효표가 90만여 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 표) 두 배가 넘었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기회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교육감 직선제’를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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