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함께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도 함께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25일 6·25 참전용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 공간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같은 조형물을 참고했으며, 내년 5월 착공해 2026년 말 완공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간직한 국가상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올해 8∼11월 통합설계 공모를 거쳐 2025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 후 5월 착공하는 일정이다. 광화문 주변 건물 가운데 외교부 청사가 92m로 가장 높아 태극기가 어디서든 잘 보일 수 있도록 게양대 높이를 100m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1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와 국가건축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부터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3일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광화문광장 관리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태극기는 3·1운동, 서울 수복과 6월항쟁 등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하고, 월드컵·올림픽에선 국민을 단합시킨 상징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걸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따라서 광화문광장에서 태극기를 보고, 나라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광화문광장에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만큼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광장에 국가주의적 조형물을 꼭 조성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거나,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정치 행보라는 견해도 있다.
온라인 공간이나 관련 뉴스 댓글에는 "110억 원으로 서울시 반지하 가구들이나 지원해줘라" "세계에서 어떤 나라들이 광장에 대형 국기를 게양할까"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적잖다. 게다가 이 사업은 9년 전 박근혜 정권의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추진하다가 당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와 갈등 끝에 무산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3일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국민의힘 시의원들 주도로 통과됐는데, 그 과정에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 등 논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은 국가상징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대부분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시대적 가치를 모두 갖춘 국가상징 조형물이 '100m 높이에 걸린 태극기'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100m 높이의 초대형 태극기가 광화문 주변 경관과 안 어울린다는 인상을 줘 되레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민만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폭넓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국민이 이번 계획에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