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낯부끄러운 ‘명비어천가’가 쏟아져 나왔다. 3김 시대 ‘제왕적 총재 시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에, 작금의 민주당이 과연 전통적인 민주당을 계승해온 공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12일 자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대구시당 위원장으로 임명된 강민구 위원은 이날 처음으로 합류한 회의 석상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명비어천가’를 읊었다. 그는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이 계속되어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도 했다. 북한 정권의 ‘어버이 수령’ 찬양에 버금가는 해괴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당원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마무리된 것을 거론하며 "역사는 민주당의 이번 일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이 대표를 치켜세웠다. 여기에 더해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의 ‘언론은 애완견’ 발언을 앞다퉈 두둔했다. 민주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 회의가 공식 석상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곳으로 전락했다.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사당화의 완성으로 1인 독재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모습은 생경하기만 하다. 당내에서도 이를 두고 낯뜨겁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YTN '뉴스ON'에 나와 "강민구 개인이 아니고 최고위원이다. 당사자의 자질의 문제"라며 "저런 분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이 대표의 선구안, 감별 능력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국은 민주당에도 좋지 않은 사당화의 하나의 증표처럼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공식 석상에서 ‘명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라며 “이 대표 일극 체제가 얼마나 공고해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혀를 찼다.
문제는 이 대표의 일극 체제가 완성되면서 당내에서 이를 대놓고 비판할 용기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선 압승 이후 이 대표 일극 체제는 더욱 심해졌다.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당규를 바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거머쥐고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을 빈틈없이 다져놓았다. 사당화 논란을 넘어서 권위주의 시대 제왕적 총재 시절을 뛰어넘는 1인 독재 시대가 열린 상황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세력이 당내에서 발붙일 곳은 없어 보인다. 강성 친명 주류의 전횡 앞에 아무런 반발도 저항도 할 수 없는 민주당의 모습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전통적 민주당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개딸’ 당원들과 강성 친명 호위 무사들에 의해 장악당한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입법 폭주와 행정부·사법부 압박, 언론 장악 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무소불위의 입법 폭주를 자행하는 그들 앞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작금의 민주당에 당내 민주주의는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판사·검사 탄핵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이 대표 사건을 담당한 검사를 수사하는 특별검사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목소리는 일절 볼 수가 없다. 지난 총선 당시 이 대표에 맞선 의원들이 공천에서 낙마한 반면, 칭송에 앞장선 인사들은 능력과 무관하게 공천장을 손에 쥐고 당선되면서 친명 체제를 완성했고 당 지도부 역시 강성 친명 일색으로 재편되면서 이 대표에 반하는 세력은 ‘인민재판’식으로 ‘개딸’들에 의해 호되게 공격받기 일쑤다. 건강한 비판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 민주당의 암울한 현실이다.
국회의장 경선에 나서면서 ‘당심’이 곧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나 강민구 최고위원의 ‘당의 아버지’라는 발언은 상당수 국민의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고 오만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