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 대표가 이 사건으로 기소된 후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인데 이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언론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다면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법정 출석 전 언론에 입장 발표를 예고한 이 대표는 법원 앞에 도착해 준비된 원고를 꺼내 읽었는데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도, (언론들이) 왜 이런 점을 지적도 하지 않느냐”면서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 이런 여러분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라고 언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애완견’ 발언은 준비한 원고엔 없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권력에 순치된 언론을 랩도그(lapdog·무릎에 앉히는 소형견)라고들 하지 않느냐”고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란, 이 대표의 혐의 사실에 대해 부정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 부정하라는 것인데 검찰 탓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의 혐의사실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그의 언론관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하면 애완견이고, 이 대표와 민주당을 편드는 보도를 해야만 바른 언론이라는 얘긴데 이 정도면 나가도 너무 나갔다. 총선 압승 후 특검과 탄핵으로 검사와 판사를 협박하는 수준에서 언론 전체를 싸잡아 ‘검찰의 개’라고 발언하는 그의 논리는 언론과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언론은 대통령과 정부, 의회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4부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에도 언론은 권력에 맞서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바른 소리’를 냈던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해왔다. 민주주의 수호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해온 언론의 역할을 한낱 ‘검찰의 개’로 비하한 이 대표의 발언은 독재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희대의 망언이다.
언론의 역할이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국민의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언론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자신들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는 사법과 언론을 향한 일종의 경고라는 점에서도 민주당과 이 대표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읽힌다.
오만한 권력은 민중에 의해 언제고 심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언론 재갈법을 재발의 한 데 이어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의 입에서 ‘검찰의 개’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협치를 바라는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입법 폭주를 일삼는 권력에 대해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 자체로 전달하는 것도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언론을 겁박하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언론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그의 발언은 삐뚤어진 언론관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커다란 패착이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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