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제22대 국회가 반쪽짜리 파행 운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일 첫 본회의를 열고 정식으로 개원했지만, 야당의 단독 소집과 개의에 반발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개원한 탓이다. 제헌국회 이후 집권 여당이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시작부터 단단히 꼬인 모양새다.
결국, 이날 본회의 목적인 국회의장단 선출도 국회의장에는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의원이,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뽑혔으나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는 지명되지 않았다.
22대 국회가 파행운영되고 있는 것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힘겨루기 때문인데 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법사·운영위원장 등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가 공전에 빠질 우려가 큰 실정이다. 현재 쟁점은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이 핵심이다.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는 민주당 11곳, 여당 7곳으로 나누는 데 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입장 차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우 의장에게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며 위원장 단독 배분 수순에 돌입한 상태로, 10일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법사 등 먼저 확보하겠다고 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18개 상임위 전체를 일괄 '싹쓸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후보에 정청래 최고위원, 과방에 최민희 의원,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원내대표를 각각 지명했다. 이들 모두 친명 강성 의원들로,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법사·운영·과방 위원장을 고집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 및 특검법 처리, 언론 장악 시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사위원장은 탄핵 소추에 관한 사항과 법률안·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 및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 민주당이 제출하는 법 제·개정안이나 특검법 등은 법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밀고 있는 방송 3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자리다.
방송 3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 등에 주는 내용이 핵심으로, 민주당 편을 잔뜩 늘린 이사회를 만들어 방송을 영구장악하는 의도라는 비판을 듣는다. 언론중재법은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골자로, 민주당에 비우호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바지만, 상임위 배분 협상 과정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치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힘의 논리만이 존재한다. 총선 민의가 다수 의석을 몰아준 만큼 다수결로 모든 것을 결정짓겠다는 태도인데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22대 국회는 파행과 정쟁, 협치 실종으로 21대 국회보다 더한 사상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인 만큼 법안 통과 '관문'인 법사위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까지 야당이 가져간다면 다수당 입법 폭주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당리당략적 법안이 소수당인 여당을 무시한 채 통과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므로 국회 내부 균형과 견제를 위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16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관례라는 입장이다.
과거에도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는 늘 있어왔지만, 국회를 정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양보와 협상으로 합의 정신을 추구해왔다. 여야 합의 정신은 다수결의 원리와 소수 의견을 배제하지 않을 때 완성된다. 특히 원 구성 과정에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 합의가 필수다. 모쪼록 여야 정치인들이 협상력을 통해 파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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