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설] 국책연구기관의 황당한 주장, 어처구니없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05 [09:00]

[사설] 국책연구기관의 황당한 주장, 어처구니없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6/05 [09:00]

[시대일보​]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남녀 간의 발달 속도를 고려해 여아만 1년 일찍 조기 입학시켜 교제를 활성화하고 출산율을 높이자고 한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다. 그런가 하면 은퇴 노인들을 해외로 이주시켜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높이자고도 했다고도 한다. 정책 발굴을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가 성차별적인 주장과 국가주의적 발상, 그리고 노인차별에 이르기까지 문제투성이다.

 

논란이 되자 조세연은 연구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는데, 외부 필진도 아니고 조세연 소속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라는 점과 이 같은 주장을 정기 간행물에 여과 없이 실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세연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을 평가할 기관으로도 선정됐다고 하는데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기관으로서의 능력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문제의 보고서는 조세연의 정기 간행물 ‘재정 포럼 5월호’에 실린 29쪽 분량의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다.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가 현재 인구 문제의 요체라고 진단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남녀 간 교제를 지원할 정책이 필요하므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킬 것”을 제안했다.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느끼도록 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남아의 발달이 늦고, 한 살 차이 남녀 사이 매력도가 올라간다는 데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여아의 교육권을 무시하고 여성을 단지 출산 도구로만 취급하는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비혼 출산을 혼인 출산과 적대적으로 보는 것도 편협된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보고서는 “결혼하지 않는 교제를 지원하거나 동거를 조장하고 동거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은 결혼과 결혼 출산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가 비혼 출산을 포용하는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그런가 하면 생산가능인구가 떠받치는 노인들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내보내자는 제안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 할 정도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줄어드니 노년층을 해외로 내보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늘리자며 “노령층을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온화한 국가로 이주시키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노인을 퇴물 취급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발상이다. 만 5세 입학을 도입해 노동시장 진출을 앞당기자고도 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위원의 발상이 이 정도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 수준치고는 편협하고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데도 이를 여과 없이 정기 간행물에 버젓이 실은 조세연의 태도도 문제다. 이런 기관이 국가적인 과제인 인구정책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조세연은 문제의 보고서가 단지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통산 외부 필진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쳐도 소속 선임연구위원이 정기 간행물에 실은 보고서를 개인의 의견이라는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정부는 최근 조세연 산하에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사후평가 업무를 맡게 될 인구정책평가센터를 개소했다고 하는데 이런 보고서를 거름장치 없이 버젓이 내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국가과제인 저출산과 고령화 정책을 평가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