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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22대 국회 등원 - ‘신발을 벗으시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03 [16:04]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22대 국회 등원 - ‘신발을 벗으시오’

시대일보 | 입력 : 2024/06/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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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1948년 5월 31일, 오전 10시, 지금은 헐어버린 중앙청 홀에 5월 10일 UN 감시하에서 선출된 198명의 제헌의원들이 엄숙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모였다.

 

원래 의원 수를 300명으로 정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200명을 선출키로 했는데 제주도에서 좌익의 출몰 때문에 치안이 불안해 선거를 못 하게 되자 198명이 되었다.

 

관례에 따라 최고령자로 이승만이 임시 의장으로 추대되었다.

 

두루마기 한복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이승만은 종교를 떠나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이렇게 독립 국가로 출발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하며 목사 출신 이윤영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이윤영은 독립 국가로의 출발에 감사하며 하루속히 북한에서도 선거가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다.

 

이어 의장으로 이승만이 선출되었고 7월 17일 마침내 대한민국 헌법이 선포되었다. 그리고 제헌의회는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부통령에 이시영을 선출했다.

 

이로부터 76년 우리 국회는 6·25 전란, 4·19, 5·16 등 숱한 격랑을 겪으면서도 대한민국 역사의 큰 축을 이어왔다.

 

전두환의 신군부가 5·17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시킨 1980년 10월 당시 의장을 대행하던 민관식 부의장은 국회 해산의 마지막 사회를 보면서 비장한 어조로 ‘도도히 흐르는 한강처럼 우리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고 누구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라는 요지의 폐회사를 했다.

 

참 의미깊은 말이었다.

 

의사당 밖에는 군 탱크가 배치돼 있고 동료 의원들이 계엄군 당국에 체포되어 의석은 빈자리가 많았으나 민 의장대행의 고별 인사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 국회는 그런 굴곡의 역사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5월 30일부터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개원하면서 가슴에 금배지를 달게 된 300명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또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정쟁의 시리즈가 연출되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국회의사당이 싸움판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국회의사당은 신성한 곳이다. 그래서 의사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국회의원들은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서 사심을 버리고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

 

당파와 파벌의 보스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충성하는 다짐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시내산에서 양을 치다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때 “거룩한 땅이니 신발을 벗어라” 하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세는 두려운 마음으로 신발을 벗었고 떨기나무 불꽃 앞에 엎드렸다. 그런 모세에게 하느님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모세는 거룩한 땅에서 신발을 벗음으로써 이스라엘 민족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거룩한 땅’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어쩌면 그것은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것이 아닐까? 온갖 거짓, 위선, 방탄, 파쟁, 막말, 선동, 내로남불, 지방색, 보스에 대한 호위무사… 이런 것 다 벗어버리고 하늘 같은 백성만 생각하라는…

 

따라서 22대 국회에 등원하는 의원들에게도 “신발을 벗으십시오. 그곳은 거룩한 곳입니다.” 하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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