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21대 국회가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간의 극한 대치와 거대 야당의 폭주로 마감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무색지 않았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넘어온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은 재의결 정족수 196표에서 17표 부족한 찬성 179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폐기됐다.
재의결안이 통과될까 노심초사하며 내부 표 단속을 벌였던 국민의힘은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시도했지만, 가결 정족수 196표에 크게 못 미치는 179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소 5표의 찬성표가 나온 것은 분명한 사실인 데다 민주당은 이 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어서 여야의 극한 대치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형평성 및 재원 마련 논란을 빚고 있는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을 강행 처리했으며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민주유공자특별법 등 4개 법안도 여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법·세월호피해구제법 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21대 국회는 야당 단독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여야 간 정쟁만 벌이다가 끝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 폐기되고 말았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의 처리를 거부했다. 다음 국회에서 논의한다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법과 다른 법안들을 끼워 넣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이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연금 등 다른 민생 법안들은 별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특검법과 민생 법안이 무슨 상관이라고 한꺼번에 거부하나. 국민의힘의 거부로 방폐장법,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리는 모성 보호 3법과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이 여야 합의가 됐는데도 줄줄이 폐기됐다.
이제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 종료일인 29일 일괄 폐기되며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처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때문에 국회를 통과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수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정국에 중대한 변화라도 발생하면 기약 없이 발이 묶일 수도 있다.
민생 법안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채 상병 특검법’ 저지에만 몰두하면서 법안 처리에 몸을 사린 여당의 책임이 크다. 국정을 끌고 가야 할 여당이 정치적 계산에 얽매여 국회 가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은 절박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좌파 단체들과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 왔던 법안이었다. 이번에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게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 개혁안도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여당의 소극적 자세로 무산됐다.
21대 국회는 29일 공식 임기가 끝나고,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30일 시작된다. 21대 국회는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입법 폭주로 점철됐다. 여기에 민주당 대표 방탄으로 날을 지새웠다. 민주당 입법 폭주의 피해자였던 국민의힘은 국회 마지막을 이해 못 할 입법 거부로 ‘장식’했다. 21대 국회에서 2만585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 9467건이 처리됐다. 법안 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의 37.8%보다도 낮았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점철된 21대 국회는 22대 국회라고 해서 나아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세비와 보좌진 급여, 각종 보조금을 합치면 21대 국회 4년간 운영 비용은 1조200억 원이었다고 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도 상생과 협의는 실종되고 정쟁에만 매달리는 통에 민생 법안 처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막장 국회라는 비난을 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22대 국회 시작도 하기 전부터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폭주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준엄한 경고는 거대 야당은 입법 폭주를 멈추고 대통령실과 여당도 민심에 역행하는 인사 등 독선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민심에 역행하는 독선과 독주를 멈추고 상생 정치를 통해 민생을 살피는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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