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물거품에 처할 위기다. 여야는 그동안 연금 개혁안의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 43%, 민주당 45%를 고수해 연금 개혁 논의가 순탄치 않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연금 개혁과 관련한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24일과 25일에는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소득대체율 45% 안을 포기하고 국민의힘의 44%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구조개혁 없이 수치만 합의할 수는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실도 “21대 국회에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청년세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는 돈과 받는 돈 수치에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만큼 21대 국회에서 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으나 당정이 이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17년 만에 찾아온 어렵사리 얻은 기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24년 현재 연금 고갈은 609조 원에 이르고 있으며 5년 뒤에는 260조 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 상황대로라면 연금 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내는 보험료로 보험금을 충당하게 돼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도, 늦춰서도 안 되는 시급한 문제다.
더욱이 그간 보험료율 인상은 말도 꺼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보험료율 인상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는 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에서 고갈 시점을 늦추고 미래세대도 제 몫을 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게 급선무지만. 여야는 그동안 숫자 조정에만 헛심을 써왔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어렵사리 보험료율 13% 안과 함께 모수 개혁을 합의하면 22대 국회에서 기초연금·국민연금 관계 설정 등 구조개혁 작업을 진행하는 게 당연한 순서다. 그러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6일 21대 국회에서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중요한 국정과제라면서 22대 국회에서 여야정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대통령실도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개혁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민 모두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는 타협과정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정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여야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하고 공론화위원회 등을 거쳐 여론조사까지 벌인 합법적인 절차를 아예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21대 국회에서 어렵사리 마련한 개혁안이 22대 국회에서 처리되려면 국회 특위 구성부터 시작해 새로운 개혁안을 만드는 데만 하세월이 걸릴 것은 뻔하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다. 22대 국회 특위에서 모수 개혁부터 또다시 협상하게 될 경우 표를 의식한 지난한 처리 과정이 반복될 것도 뻔하다.
따라서 김 의장의 제안처럼 21대 국회 남은 회기에서 모수 개혁부터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하는 것이 백번 옳다.
여권이 합의를 거부하는 건 야당이 국민연금을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연금 개혁은 대통령의 의제로써 정권을 내줄 정도의 큰 파괴력을 갖는 만큼 집권당을 향하는 민심의 동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나서고 대통령은 발을 빼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큰 틀에서 모수 개혁은 21대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고 전문가 등과 신중한 논의를 거쳐 우리에게 걸맞은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모델은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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