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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大法院에 서 있는 ‘정의의 女神像’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5/27 [15:46]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大法院에 서 있는 ‘정의의 女神像’

시대일보 | 입력 : 2024/05/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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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만약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문제로 시비가 한창이던 4월 초,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면 국회의원 선거가 어떻게 됐을까?

 

말할 것도 없이 국민의 힘이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법이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막아달라’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에서 의료계의 청구를 기각하자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정부가 점차 힘을 얻게 되는 것을 보면 역시 사법부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의대 증원 문제만이 아니다.

 

앞으로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전개될 정치판도 사법부의 위력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대표의 여러 건의 재판 중 한 건이라도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우려했던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역시 1·2심 모두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대법원판결만을 기다리는 상태.

 

조국 대표가 내일이라도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 지으면 조국혁신당은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가정했을 때 가능한 예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사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당의 체계를 일사불란하게 장악하였고 이번 22대 국회는 자신의 재판에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이 모두 국회에 진출했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지금까지의 전례를 깨고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차지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이 대표의 철통같은 방탄의 철옹성을 구축하는 것이며 개헌의 턱 밑까지 차지한 막강한 의석의 화력이 집중 사격을 해줄 것이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는 더 말할 것 없다.

 

그래서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내걸고 사법부를 압박하면 재판이 쉽게 진행될 것인가? 이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가령 이 대표의 성남 FC 재판의 경우 증인만 410명이 되고 있는데 이들을 증언대에 세우는 데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 시끄럽던 대장동 사건 등, 모두가 이런저런 식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면 이 대표가 대권 도전에 나설 때까지도 사건은 ‘진행 중’일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법부 내에서도 민감한 문제가 있다.

 

올해 대법관 3명이 교체되는데 후임 대법관은 국회에서 인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절차의 중심에 국회 법사위원회가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위원 역시 강성 의원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 또한 국회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 앞서 대법관 임명뿐 아니라 법관 증원이 그것이다.

 

이렇게 민주당의 위력적인 힘과 사법 정의를 사수해야 할 법원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긴장감에 빠져 있다.

 

특히 앞으로 탄핵 정국이 전개된다면 헌법재판소가 격류에 휘말릴 텐데 헌법재판관 또한 올해 절반의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헌법재판관 역시 국회를 거쳐야 한다. 정말 앞날의 정치 기상도를 예측할 수 없다.

 

과연 사법부가 정치적 오염 없이 법의 정의를 지켜갈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 김동아 당선자가 주장했듯이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에 순응할 것인지 국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서 있다. 한 손에는 법전, 또 한 손에는 정의와 공평을 상징하는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상―그 여신상 앞을 지나는 우리 법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법관들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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