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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법을 거부하겠다는 국회의장 후보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5/09 [09:00]

[사설] 국회법을 거부하겠다는 국회의장 후보들

시대일보 | 입력 : 2024/05/09 [09:00]

[시대일보]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의장이 중립을 지킬 필요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국회의장 중립’ 발언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국회의장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선명성 강조를 내걸고 강성 당원과 친명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터에 나온 발언이어서 울림이 크다. 그가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란 점에서 파문은 더더욱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정운갑의 집중분석’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 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2002년 정치 개혁 전만 해도 여당이 다수당이다 보니 한국 의회는 늘 있으나 마나, 행정부의 시녀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후 의장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영국 등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의 발언은 차기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들이 “의장은 중립이 아니다.”(추미애) “기계적 중립만 지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정성호)라며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데 대한 비판이다.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차기 국회의장이 갖춰야 할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중립 의무를 발언한 그의 소신은 시의적절했다.

 

4·10 총선 이후 입법폭주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당직자는 물론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온통 ‘친명 일색’으로 변질되어가는 민주당의 상황은 21대 국회보다 더 심한 여야의 극한 대결이 예고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현재 국회의장 후보들이 한결같이 ‘친명’을 강조하는가 하면, 편파 시비를 불러올 발언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은 자못 우려스럽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출신의 5선 국회의원인 국회의장이 후배들에게 가한 질타는 깊은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김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2일 민주당 의원들이 ‘해병대원 특검법’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어주지 않을 경우 출국 저지까지 불사하겠다면서 자신을 압박했던 데 대해선 “요새 너무 성질들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정치, 진영정치 영향으로 ‘묻지 마 공격’하는 게 습관화가 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정확한 분석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그가 느낀 정치적 비애는 양극단의 정치가 불러온 폐해이자, 강성 팬덤에 기대 당 안팎의 선거를 치러온 민주당의 현주소이다.

 

김 의장은 그간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할 때 김 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본회의 안건 상정을 미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앞서 해병대원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 30여 명은 김 의장을 향해 “필사적으로 순방을 저지할 것” “국민의힘 편”이라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적 비애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원내 제1당 몫인 국회의장과 부의장 한자리를 놓고 국회의장 후보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현재 거론되는 4~5명의 후보 모두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대놓고 거부할 모양새다. 이들이 전반기, 후반기 국회의장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22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심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예고된다.

 

돌이켜보면 21대 국회와 비교하면 의석수 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 야당이 의석수가 부족해서 할 일을 제대로 못 했다고 보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국정발목잡기나 입법폭주로 민생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에 따르지 않고 여야의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 국회의장이 국회법이 정한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마저 내팽개치겠다고 공공연히 발언하는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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