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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가슴을 뜨겁게 해준 ‘의사 선생님’도 있습니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3/05 [13:35]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가슴을 뜨겁게 해준 ‘의사 선생님’도 있습니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3/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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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간암 절제수술의 개척자로 유명한 장기려(張起呂) 박사는 평안북도가 고향으로 6·25 때 단신 월남하여 부산에서 의사 활동을 했다.

 

고신의료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설립했고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시발이 되었던 ‘청십자 의료보험’을 설립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었다.

 

45년간 의사로 살아온 그는 자기 집 한 채 없이 병원 옥상에 조그만 거처에서 기거하다가 1995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료 진료활동으로 한국 의사로는 처음으로 ‘막사이’ 상을 받을 만큼 그의 인술(仁術) 봉사는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었다.

 

한번은 걸인에게 현금이 없어 월급 받은 수표를 통째로 주었는데 그 걸인이 수표 가진 것을 본 경찰이 그를 절도범으로 체포하자 경찰서로 달려가 풀려나게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북에 두고 온 부인을 그리워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독신으로 산 애틋한 사연도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기가 의사로서 살아가는 신념을 남기기도 했다.

 

“나는 의사를 한 번도 못 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뒷산 바윗돌처럼 항상 서 있는 의사가 되겠다.”

 

‘서 있는 의사’가 되겠다는 것은 ‘환자 곁에서 떠나지 않겠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365일 긴장이 감돌고 있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도 섬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가 있다. 올해 76세인 백령병원 이두익 원장.

 

이 섬에 단 하나뿐인 병원으로 백령병원은 군인들까지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메디컬 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27일 이두익 원장 취임 10주년 기념식이 조촐하게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이 원장을 위해 색소폰 연주를 했다니 흐뭇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취임 10주년을 맞는 이 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원장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국민이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도 한다.

 

인하대 의료원장을 정년 퇴임한 2012년 이 원장은 자청해 백령병원장으로 취임했는데 그는 이날 취임 10년 기념식에서 “오히려 내가 치유 받았던 10년”이라면서 “백령도에서 내 마지막 환자를 받는다는 각오로 남은 생애 헌신하겠다”라고 했다.

 

최근 또 하나의 뉴스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의사이면서 사제인 고 이태석 신부의 두 제자가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여 내전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조국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과 전문의에 합격한 토마스 타반 아콧(39), 그리고 내과 전문의에 합격한 존 마옌 루벤(37).

 

이들은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서도 가장 오지인 톤즈라는 곳에 병실 12개의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선교 활동을 할 때의 제자들로 2009년 한국으로 유학하여 한국어를 배우며 인제대 의대에서 의학수업을 했다.

 

이태석 신부는 이들이 한국으로 유학 온 이듬해인 2010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 의사가 된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은 한결같이 외과 의사 부족으로 수술을 못 받아 죽는 사람 그리고 말라리아와 결핵으로 죽는 사람을 위해 남수단 조국으로 간다는 것이다. 스승 이태석 신부의 정신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을 겪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병원을 박차고 나가는 의사들에게 그래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러한 때 장기려 박사나 이두익 원장, 그리고 이태석 신부 이야기가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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